“아픔 딛고 다시 꿈꾸길”… 범죄 피해 청소년 일상 회복 도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8일 03시 00분


월드비전 ‘하트 힐링’ 사업
범죄 피해 청소년-수용자 가족
신체적 외상-정서 불안 겪거나, 가족이란 이유로 ‘사회적 낙인’
위기 가정 긴급 생계비-심리 상담… 미래 설계 위한 자기계발비 지원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한 박성미(가명) 씨는 이혼 후에도 헤어진 남편의 스토킹을 당하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박 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매일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엄마로서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과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가 지원하는 긴급 생계비와 심리 상담 서비스를 알게 됐고 도움을 받으며 일상이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씩 제공되는 반찬이 큰 도움이 됐다”며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다시 힘을 낼 수 있었고 절약한 식비로 조금씩 저축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 정서 불안 시달리는 범죄 피해 청소년

월드비전은 올해부터 3년간 범죄 피해 청소년과 수용자 자녀들을 돕기 위한 ‘하트 힐링(Heart Healing)’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와 법무부 교정본부, 소망교도소, 수용자 자녀 지원기관 ‘세움’ 등 전국 기관 60여 곳과 협력해 범죄 피해 청소년과 수용자 자녀에게 심리 상담 및 가족 회복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범죄 피해 청소년 중 상당수는 신체적 외상과 정서 불안, 2차 가해 후유증 등에 시달린다. 또 수용자 자녀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양육 환경의 변화, 사회적 낙인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김광무 월드비전 국내사업전략팀장은 “범죄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뿐 아니라 수용자 가족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준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정서적 불안과 경제적 위기, 사회적 낙인 등을 겪으며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하트 힐링’ 사업은 먼저 경제적 위기를 겪는 가정에 긴급 생계비와 의료비, 주거 비용 등을 지원한다. 이후 피해자 및 피해자 가정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심리 상담, 치료비 지원 등을 하며 학업을 위한 자기계발비도 제공한다.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일상을 회복하고 청소년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박 씨의 남편은 현재 가정 폭력으로 수감 중이고, 자녀들은 범죄 피해자인 동시에 수용자 자녀이기도 하다. 월드비전은 이런 점을 고려해 박 씨와 박 씨의 자녀들에게 통합 지원을 제공했다. 박 씨는 “심리 상담을 받은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이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게 됐다”며 “아이들이 ‘커서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눈물이 났다. 받은 도움을 발판으로 삼아 흔들리지 않고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양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재범 줄이는 가장 큰 동기 부여는 가족”


천희정(가명) 씨의 경우 남편이 갑작스럽게 수용자가 되며 경제적 어려움이 찾아왔다.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혼자 밀린 월세와 관리비를 내기 어렵다 보니 막막한 상황이었다. 천 씨는 “미납액이 너무 커서 한 번에 내기 어려웠는데 ‘힐링 하트’ 사업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식당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그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아이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며 “저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힘이 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를 둔 수용자는 올해 7월 기준으로 8267명이며 미성년 자녀는 1만2791명에 달한다. 미성년 자녀를 둔 수용자 5979명(72.3%)은 입소 전 자녀와 함께 생활했으나 5497명(66.5%)은 입소 후 접견 등의 형태로 자녀를 직접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미성년 자녀 가운데 6세 이하 미취학 아동은 3093명(24.2%), 7∼12세는 4889명(38.2%)이었다. 특히 수용자 자녀 중 51명은 혼자 생활하고 있고, 50명은 지인이 돌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양육자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은 아동도 55명이나 됐다.

신연희 성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범죄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들은 모두 사회가 보호하고 돌봐야 할 존재”라며 “수용자의 재범을 줄이는 가장 큰 동기 부여는 역시 가족이다. 수용자 1인당 연간 약 3100만 원의 직간접 비용이 필요한데 재범률 감소는 이런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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