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까지 쌓인 눈에 내리막길 ‘조심조심’…열차 타지 못해 한숨
“벌써 퇴근 걱정”…“집 앞 제설 작업 안 돼 나올 때 불편”
“미끄러질까 봐 온몸에 힘주고 걷느라고 벌써 지쳤어요.”
28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 모 씨(38·남)는 장갑과 목도리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서초역 인근에는 발목까지 올라올 정도로 눈이 쌓여 있었다. 차가 지나간 도로에만 눈이 약간 녹아있을 뿐 길은 아직 정비되기도 전이었다.
역으로 가는 내리막길을 다니는 행인들은 행여나 미끄러질까 장우산을 지팡이처럼 짚거나 몸을 옆으로 돌린 채 조심스럽게 걷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로 출근한다는 김 씨는 눈길로 출근이 어려울 직원들 대신 직접 영업 준비를 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출근도 출근인데 벌써 퇴근이 걱정된다”며 “원래 버스 타고 다녔고 어제도 버스를 탔는데 오늘은 도로 상황을 보니 (통행이) 안 되겠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역사 플랫폼으로 들어온 2호선 열차는 아침 출근길 시민들로 꽉 찬 상태였다. 문 쪽에 탑승한 승객들은 창문에 바싹 붙어 있었다. 자리가 없어 결국 열차를 타지 못한 한 시민은 손목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하며 한숨을 쉬었다.
수원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한다는 A 씨(25·여)는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왔는데도 수도권 광역버스를 한참이나 기다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오늘 아침 버스정류장에 ‘20분 후 도착’이라는 표시가 거의 30분 동안 떠 있었다”며 “퇴근도 걱정인데 그래도 밤에는 도로에 눈이 좀 치워져 있으니까 출근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인근도 밤새 내린 많은 눈으로 길이 질척거렸다. 약 10명이 넘는 인력이 나와 삽으로 광장에 쌓인 눈을 도로 옆 한쪽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시내버스 천장 위로는 이틀 동안 내린 눈을 치우지도 못해 가득 쌓여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시민들은 하늘을 한번 보고 우산을 펼지 말지 고민하다가 급하게 발길을 재촉했다.
밤샘 근무 후 퇴근한다는 공무원 박 모 씨(30대·여)는 “출근하는 가족들 얘기 들어보니까 이미 막히기 시작했다고 한다”며 “늦게 (집에) 갈 각오하고 있다”고 허탈하게 말했다.
종로에서 서대문으로 출근한다는 직장인 김기철 씨(59·남)는 “집 앞은 제설 작업이 안 돼서 걸어 나오는 게 불편하다”며 “어제는 언덕 쪽에 아예 버스가 끊겨서 10분 정도 눈길 따라 쭉 걸어 나와야 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 서울 등 수도권에 폭설이 내리면서 관악 등 일부 지역에는 40㎝가 넘는 눈이 쌓였다. 서울은 이틀째 이어진 폭설로 삼청터널과 북악산길 등 6곳의 교통을 통제하는 상태다. 소방청은 대설과 관련해 지금까지 총 698건 구조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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