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28일 폭설로 인한 사망자는 총 5명 발생했다. 모두 습설의 무게를 못 이긴 지붕이나 캐노피, 나무 등이 무너지거나 쓰러지는 바람에 사고를 당했다. 그 밖에도 경기 안양시에서 농수산물도매시장 지붕이 무너졌고, 의왕시에서 전통시장 천장이 내려앉는 등 구조물 붕괴 사고가 이어졌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가 쓰러지면서 고압전선을 덮쳐 정전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지붕 무너지고, 나무 쓰러지며 피해
28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에만 3명이 습설로 인해 지붕 등이 무너지며 목숨을 잃었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1시 59분경 경기 안성시의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에서 눈이 쌓인 캐노피가 붕괴되며 인근을 지나던 70대 근로자를 덮쳤다. 이 근로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캐노피가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소방본부에 따르면 같은 날 오전 9시 1분경 강원 횡성군에선 비닐하우스형 축사 지붕이 폭설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70대 농민이 깔려 숨졌다. 오전 5시 경에도 경기 용인시 백암면에서 쓰러진 나무에 60대 남성이 깔려 숨졌다.
건물 붕괴 사고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6시 38분경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의 공장 내 인테리어필름 보관 창고 천장(4900㎡)이 폭설로 무너졌다. 이날 새벽 3시 경에는 경기 의왕시 의왕도깨비시장 지붕이 무너졌고, 낮 12시 5분경에는 안양시 동안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동 지붕이 붕괴해 60대 1명이 다쳤다.
정전과 단수 피해도 잇따랐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2분경 마포구에서 습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가 쓰러지며 고압전선을 끊어 가구 750채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27일 밤에도 충남 천안시에서 같은 원인으로 정전이 발생해 3000여 세대가 불편을 겪었다.
국가유산도 피해를 입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담장 내 천연기념물 ‘재동 백송’ 가지 5개가 눈의 무게를 못 견디고 부러졌다.
● 더 무겁고, 잘 쌓이는 습설
수증기를 머금은 습설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을 때, 그리고 바다에서 눈구름이 형성될 때 잘 만들어진다. 이번 폭설의 경우 평년보다 온도가 2도 가량 높은 서해상에서 눈구름대가 발달하면서 습설의 형태를 띠게 됐다.
내부에 수증기를 함유한 습설은 무게가 가벼운 건설의 2, 3배 가량이다. 100㎡에 5cm 가량 눈이 쌓일 경우 습설은 무게가 약 600kg이지만 건설은 200, 300kg에 불과하다. 또 물기가 적어 잘 흩어지는 건설과 달리 습기가 많아 잘 뭉쳐지는 탓에 더 잘 쌓인다는 특징이 있다.
습설로 인한 피해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4년 2월 10명이 숨진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때 전문가들은 부실공사와 함께 습설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당시 동해안에서 발달한 습설이 7일 연속 내리면서 적설량 34.8cm를 기록했는데 조립식 건물 지붕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며 참사가 발생했다.
문제는 올 겨울 습설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라니냐가 발달하면 해수면 온도를 낮출 수 있을 텐데 아직 미약한 상태”라며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서 수증기를 계속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반복되는 습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올 겨울은 이상 고온과 극한 한파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습 폭설도 자주 내릴 것”이라고도 했다.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과 전문가에 따르면 습설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비닐하우스 등에 미리 보강조치를 하고 30cm 이상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일 경우 수시로 눈을 치우는 게 좋다. 다만 눈을 치운다고 지붕 위로 올라가면 붕괴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넉가래 등 눈을 제거할 도구를 미리 마련해 놓는 게 좋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경기=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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