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습설’…30㎝ 쌓이면 300㎏ 하중으로 덮쳤다

1㎡에 젖은 눈 30㎝ 쌓이면 최대 300㎏까지 무거워져
2014년 경주 리조트 참사로 10명 사망…“가건물 규제 사각지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진 28일 오후 경기 안양시 동안구 안양농수산물시장 지붕이 무너져 통제되고 있다. 2024.11.28/뉴스1

이틀 동안 이어진 ‘역대급 폭설’에 전국에서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마른 눈보다 더 무거운 ‘젖은 눈’(습설)의 속성상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오전까지 수도권과 강원권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높이 40㎝가 넘는 눈이 쌓였다. 서울은 이날 오전 8시 28.6㎝ 적설량을 기록하며 역대 겨울 중 3위를 기록했다. 11월만 놓고 보면 117년 만에 역대 최대치다.

폭설로 인해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하며 사망자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단독주택 앞에서 제설 중이던 60대 남성이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졌고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알루미늄 도장 창고가 붕괴해 제설 작업 중이던 50대 남성이 다리를 다쳤다.

강원도 횡성과 원주에서는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진 나무가 전신주를 덮치면서 일대 수백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기도 했다.

전날에는 경기도 평택의 한 골프연습장의 철제 그물이 무너져 내려 제설하던 30대 작업자가 깔려 사망했고 수원 정자동과 용인 동백동에서는 각각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에 있는 지붕이 무너지는 사고가 잇달았다.

지난 2014년 2월에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철골 샌드위치 패널로 된 체육관의 지붕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려 당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사망하고 105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습기를 많이 머금어 무거운 ‘습설’은 마른 눈인 ‘건설’에 비해 2~3배 무거워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습설은 주로 기온이 높을 때 내리는 함박눈으로 잘 뭉쳐지는 특성이 있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가로와 세로 각 1m 면적(1㎡)에 30㎝ 습설이 쌓이면 약 200~300㎏ 정도”라며 “정식 콘크리트 건물들은 어느 정도 하중을 받을 수 있지만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주택이나 창고, 비닐하우스 등 가건물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어 취약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눈이 많이 오는 나라는 지붕을 세울 때 눈이 자연스럽게 밑으로 떨어지도록 사선으로 짓는데 우리나라는 다설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덜 민감한 편”이라며 “이번처럼 적설량이 20㎝ 이상 되면 정부가 국민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