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에 실명 위기…엄마는 웹툰 작가 꿈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동행]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일 12시 00분




이이안 군(8·가명)은 희귀난치병을 두 개나 앓고 있다.

첫 번째 진단은 두 살 때였다. 어머니 김은주 씨(가명)는 아이가 오랫동안 눈을 마주치지 못하자, 병원을 여러 곳 찾은 뒤에야 생소한 병 이름을 듣게 됐다. 가족삼출유리체망막병증. 선천적으로 망박이 떨어져나가는 병이다.

● 2년 새 두 번 진단, 희귀질환 버티는 이안이
병명을 알았을 땐 이미 망막이 절반가량 떨어져 있었다. 오른쪽 눈은 처음엔 실명으로 진단받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급하게 레이저 수술을 몇 차례나 받았지만, 잦은 수술에도 완치가 되는 병은 아니다. 병세가 나빠지진 않는지 꾸준히 관찰해야 하다 보니 주기적으로 병원에 들른다.

특수 렌즈로 만든 안경을 써야만 겨우 0.1의 시력이 나온다. 시야가 좁은 탓에 침대에서 일어나서 자주 떨어지고, 계단을 올라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안경이 없으면 얼굴 앞까지 붙이다시피 가져간 휴대전화 글씨만 알아차린다.

이마저도 안경을 1년에 두 세 번씩 맞춰야 하는데 한 번 맞출 때마다 렌즈 가격만 100만~150만 원이 든다.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해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특수 렌즈이기 때문이다. 희귀난치병이라 의료보험을 통한 치료비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군이 모야모야병  진단으로 인해 머리 수술을 받았을 당시 모습. 이 군은 최근에도 네 차례나 쓰러졌다고 한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이 군이 모야모야병 진단으로 인해 머리 수술을 받았을 당시 모습. 이 군은 최근에도 네 차례나 쓰러졌다고 한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아이는 망막 질환 치료를 받기에도 빠듯한 와중에 모야모야병 진단도 받았다. 은주 씨는 어느날 아이가 화장실에 가려고 새벽에 일어났다가 왼쪽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급가헤 응급실에 데려갔다. MRI를 찍은 뒤에 이 병을 알게 됐다. 네 살 때였다.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원인 없이 뇌에 피를 공급하는 동맥이 서서히 좁아지는 병이다. 뇌 혈관이 막히면, 피를 공급받는 부위가 손상된다. 작은 몸집을 한 아이는 뇌 수술을 세 군데나 받아야 했다. 모야모야병 탓에 아이는 시야가 사라지면서 갑작스레 쓰러질 때가 있다. 최근에도 네 번이나 쓰러졌다. 은주 씨는 그때마다 놀라서 병원 응급실을 찾는다. 은주 씨는 아이가 일어나자마자 몸 한쪽을 불편해하거나 넘어지진 않았는지 들어가서 살피는 일과로 하루를 시작한다.

● 마음까지 스며들어간 아픔
은주 씨는 최근 들어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아이는 낮아지는 시력 탓에 학교에 들어간 뒤에 의기소침해졌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 것과 다른 큰글씨 책을 보고, 축구에 끼지 못한 채 다른 아이들을 지켜만 본다. 그러다가 자신의 병이 어떤 의미인지 인지하게 된 것이다. 은주 씨는 레고 블록 맞추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했다가 아이로부터 “나는 못 할 거야”라고 들었다. 아이 마음 속에서 어둠이 커져가는 것이다.

이 군이 망막 질환으로 인한 낮은 시력 탓에 식판 식사 중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별도의 식사 훈련이 필요할 만큼, 시력 문제는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이 군이 망막 질환으로 인한 낮은 시력 탓에 식판 식사 중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별도의 식사 훈련이 필요할 만큼, 시력 문제는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올해 병원에 들렀다가 은주 씨는 또 다시 놀랐다. 의사는 아이의 눈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은주 씨는 치료 시기가 특히 중요하다는 말도 들었다. 아이 실명을 피하기 위해 내년 초에 다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은주 씨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웹툰작가라는 꿈을 이어갈 수 있기만을 기도한다. 그런 마음으로 다음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그 와중에 덤프트럭을 운전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아버지 이중후 씨(가명)는 2021년부터 일하던 곳에서 사기를 당해 급여 4000만 원을 떼였다. 소송도 해봤지만 사업체 명의가 바뀐 뒤여서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 사장도 저희 아이가 아픈 걸 알고 있었어요.” 은주 씨는 말했다.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소아 희귀난치질환 환자

소아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의 경우,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들 환자를 위한 산정 특례라는 제도가 있다다.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등록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이후 각자 아이에 대한 장애 정도를 판단해 특례 대상인지 확인받는 절차를 거친다.

즉 정부가 인정하는 희귀난치병에 해당하고 환자가 질환 산정 특례 인정을 받아야 치료비를 10%로 경감 내지는 면제받을 수 있다.

은주 씨 가족은 가족삼출유리체망막병증으로 특례 산정을 신청했지만 정부 심사에서 탈락했다. 시력이 남아 있는 아이의 질환 중증도가 낮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당장 아이의 시력이 실명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망막과 시력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현 제도는 치료에 적기가 있다는 점은 간과된다. 급하게 막대한 수술비가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보니 가족은 다음 치료를 앞두고 초조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앓는 모야모야병의 경우, 산정 특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역시 치료비에 국한된다. 마비와 관련된 재활은 별개다. 은주 씨는 몸을 잘 쓰지 못하고, 낮은 시력에 익숙해져야 할 아이 재활을 위한 치료도 받았으면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고, 비교적 비용이 저렴한 공공 재활센터는 몇 개월씩 기다려도 자리가 나지 않는다. 다행히 공공 재활센터에 등록한다고 하더라도, 워낙 대기인원이 많다보니 수업을 길게 들을 수 없다.

소아 희귀난치병과 관련해 의료 사각지대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제도가 보완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지원 제도가 마련되기까지, 사각지대에 놓인 환아와 가족들은 기부에 의존하며 버티고 있는 현실이다.

동아일보와 대한적십자사는 소아 희귀난치병 환자인 이이안 군을 후원하는 기부 캠페인(아래 링크)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모금액은 기부금품법에 의해 관리되며 사용 내역은 대한적십자사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명세를 통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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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동행#소아 희귀난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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