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0월까지 12만3475건 적발돼… 온라인 위조품 60%, SNS서 판매
판매자 등록 없이 개인끼리 거래… 단속-거래 감시 어려운 허점 이용
“플랫폼 단속 협조 등 제도 마련을”
“굳이 태국 짝퉁 시장 찾아갈 필요 없이 여기서 장만하세요!”
지난달 30일 밤 한 유튜브 채널의 라이브 방송. 명품 브랜드 ‘셀린’과 ‘프라다’ 등의 짝퉁 가방 수십 개를 팔고 있었다. 정식 상품명이 아닌 ‘A03’ 등의 주문번호로 소개된 가방들은 개당 40만∼50만 원에 팔려 나갔다. 유튜버는 “정품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A급’ 상품”이라며 “개인 계좌로 입금한 뒤 카톡으로 주문서를 작성해 달라”고 홍보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는 300여 명. 구매 의사를 밝힌 사람은 30여 명이었다.
● SNS 통한 짝퉁 판매 급증
최근 당국의 단속을 피해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위조 명품을 판매하는 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짝퉁 판매 채널 20개를 분석한 결과 방송은 대부분 늦은 밤이나 새벽에 진행됐고, 판매 후 방송 기록을 삭제하는 ‘떴다방’ 운영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었다. 판매 상품 대부분은 중국과 태국 등 해외에서 밀수입한 ‘짝퉁 명품’이었다.
같은 날 또 다른 유튜브 채널에선 명품 브랜드 ‘몽클레르’의 상표가 붙은 패딩 조끼가 20만 원에 판매됐다. 공식 판매처에선 약 120만 원에 판매되는 상품이었다. 국내 백화점에서 85만 원에 판매하는 ‘아미’의 니트도 4만5000원에 팔렸다. 비슷한 시간 틱톡의 한 채널에선 창고형 매장에 쌓여 있는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가 개당 5만 원 선에 판매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병행수입이라고 홍보하는 곳도 있지만, 병행수입으로 절대 팔 수 없는 가격이라 100% 짝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SNS를 통한 짝퉁 유통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12만3475건이 적발돼 2020년(4만8063건)의 3배가량으로 늘어났다. 올해 특허청이 적발한 짝퉁 온라인 거래 20만3954건 중 SNS를 통한 판매는 60%로 포털사이트(34%)나 오픈마켓(9%)보다 높았다.
● “단속-감시 어려운 허점 개선해야”
유통업계에선 짝퉁 업자들이 당국의 단속과 거래 감시가 어렵다는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오픈마켓은 사업자등록증 제출 등 최소한의 ‘판매자 등록’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기업이 아닌 유튜브나 틱톡 등 SNS에선 누구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 유튜브의 경우 약관에 “모조품을 홍보하거나 판매하는 채널은 해지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신고가 접수된 후에야 사후 조치에 나서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허·관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은 ‘재택 모니터링단’이나 ‘명예 세관원’ 등을 운영하며 단속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인력으로 수천 개에 달하는 짝퉁 판매 방송을 모두 단속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SNS를 상시로 모니터링하는 인력은 없다”며 “관련 부처 간의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현행 상표법상 특허청이 짝퉁 판매에 대해 조치를 요구할 경우 유튜브 등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가 이를 따라야 할 의무가 없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에서 특허청이 요구한 조치를 이행하도록 하는 상표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 비슷한 개정안이 다시 발의돼 계류 중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도 불법행위자 단속 및 조치에 적극 협조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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