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열에너지 연료 소각 첫 적발… 5곳서 t당 8만원씩 60억 부당이익
추적관리 안되는 시스템 허점 노려… 배출 업체들도 ‘확인 의무’ 안지켜
환경부 “전국 7000개 업체 전수조사”
사업장 폐기물에서 재활용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플라스틱 연료가 정부 감시의 눈을 피해 울산에서만 연간 8만 t 가까이 불법 소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처리업체에서 열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 플라스틱 연료를 불법 소각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는 순환경제 시스템을 교란하는 이 같은 불법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보고 전국 7000여 재활용업체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 울산서 불법 소각 첫 적발 “법 악용한 사례”
지난달 13일 오후 1시 20분경 폐기물을 소각해 처리하는 울산 남구의 A사로 산업폐기물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이 잇달아 들어갔다. 영남권 최대 소각장으로 꼽히는 이 업체는 최근 울산시에 소각장 증설 허가를 요청했다. A사뿐만 아니라 울산은 다른 업체들도 최근 앞다퉈 증설을 추진했다.
울산시는 정부의 순환경제 정책으로 소각 물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반대로 증설을 추진하는 업체들의 행태를 수상하게 여겼다. 위법 행위를 의심한 시가 10월 지역 6개 폐기물처분업체(소각)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결과 A사를 포함해 5개 업체가 재활용 공정을 거쳐 만든 플라스틱 연료를 장기간 소각해 온 사실을 전국 최초로 적발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에서 태워진 플라스틱 연료는 총 7만8024t에 달한다. 이 같은 연료는 경북, 경남,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반입됐다.
정부는 이 같은 위법 행위가 전국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전수조사에 나섰다. 전국에서 재활용되는 사업장 폐기물은 연간 6106만 t으로 지난해 울산에서 불법 소각된 물량의 782배에 달한다. 전국의 재활용 업체는 7000여 곳으로 폐기물처분업체(소각업체)는 76곳이 운영 중이다.
재활용 공정을 거친 플라스틱 연료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소각업체가 아닌 최종처리업체로 옮겨져 열에너지로 전환돼야 한다. 제품을 태워 나오는 열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거나, 공장에 열원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때 소각열 회수율은 법이 정한 75%를 반드시 넘어야 한다.
● 추적 시스템 빈틈 노려 “정부 통계 신뢰도 하락”
재활용업체들이 플라스틱 연료를 불법 소각하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종처리업체에 연료를 넘기면 t당 12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연료를 소각장으로 보내면 t당 4만 원으로 t당 약 8만 원을 아낄 수 있다. 재활용업체들은 지난해 울산 소각장에 약 8만 t을 처리해 60억 원가량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시 관계자는 “연료를 공정에서 나온 잔재물(찌꺼기)과 섞는 방식으로 소각장에 팔아치웠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순환경제 정책으로 일감이 부족해진 소각업체도 재활용업체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A사는 울산시에 “폐기물 영업 물량이 모자라는 상황”이라며 “소각장이 완전히 꺼지면 재가동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최소 물량을 맞추기 위해선 플라스틱 연료라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소명했다.
이들의 위법 행위는 정부가 폐기물 처리를 추적 관리하기 위해 구축한 ‘올바로(All baro) 시스템’의 빈틈을 노렸다. 이 시스템은 폐기물이 재활용 공정을 거친 플라스틱 연료로 만들어진 이후 추적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다. 박흥석 울산과학대 석좌교수는 “폐기물 처리 과정의 비리를 막기 위해 가동 중인 정부의 올바로 시스템을 손볼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폐기물 배출업체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관련 법에 따르면 배출업체는 재활용 용도로 배출한 폐기물이 법에 맞게 최종 처리되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 그 대신 t당 1만 원의 처리 부담금을 면제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 실적으로도 인정해준다. 도수관 울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울산 같은 사례가 전국적으로 일어났다면 실제 재활용률과 온실가스 발생량 통계 등이 과대 추정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확인 의무를 위반한 배출자에게 준 혜택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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