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통화를 하면서 타인의 나체를 녹화해 저장한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타인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닌 이상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올해 10월 31일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B 씨와 교제하던 지난해 5월 영상통화를 하면서 B 씨가 나체로 샤워하는 모습을 녹화했다. 그러다 헤어진 이후인 지난해 6월 해당 녹화물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A 씨는 헤어진 이후 B 씨의 주거지에 침입하려 하고 차량을 훼손하며 협박하는 등 총 7개의 혐의를 받는다.
1심과 2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A 씨에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의 여러 혐의 중 영상통화 녹화물 부분은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했다.
쟁점은 영상통화 중 나체를 녹화한 행위에 대해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녹화한 나체 촬영물은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가 아니라 A 씨의 휴대전화에 수신된 신체 이미지 영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이는 현행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한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종래에도 이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 신체 자체를 촬영한 경우에만 해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왔다.
이번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하급심 법원은 A 씨의 형량을 다시 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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