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임모 씨(26)는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최근 흡연을 시작했다”며 “회사 동료와 선후배 중에도 상당수가 휴식 시간이나 회식 때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운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지면서 다시 늘어난 술자리에 체질량지수(BMI)도 ‘비만’으로 분류되는 25 이상이 됐다.
지난해 2030세대의 흡연율과 비만율이 증가하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체 흡연율도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50대 남성, 20대 여성 흡연 크게 늘어
질병관리청은 3일 발표한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궐련형 담배 흡연율이 19.6%로 전년(17.7%) 대비 1.9%포인트 늘었다고 밝혔다. 흡연율은 2018년 22.4%에서 지속적으로 낮아지다 지난해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도 2022년 3.5%에서 2023년 4.5%로 1%포인트 늘었다.
궐련형 담배 흡연율은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는데 특히 5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증가 폭이 컸다. 50대 남성의 경우 흡연율이 2022년 32.5%에서 지난해 42.1%로 9.6%포인트 급증했다. 20대 여성의 경우 같은 기간 5.8%에서 12.1%로 2배가량이 됐다. 다만 20대 여성의 경우 2018~2021년 흡연율이 10, 11%대를 유지하다 2022년 반 토막 났던 것이어서 지난 조사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일단락된 후 대면 모임이 늘면서 흡연율도 전반적으로 오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흡연율 조사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꾸면서 ‘숨은 흡연자’가 더 많이 응답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20대 여성의 흡연율이 급감 후 급증한 건 일시적 반등일 수 있어 좀 더 지켜본 후 분석할 것”이라고 했다.
이 조사는 1998년부터 매년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흡연율, 고위험 음주율 등 250여 가지 지표를 산출한다.
●2030 여성 비만율 증가세
2030 여성의 경우 흡연율 외에도 각종 건강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여성의 비만율은 22.1%로 전년 대비 3.9%포인트 늘었고, 30대 여성은 27.3%로 전년 대비 5.5%포인트 급증했다. 전체 비만율도 여성이 27.8%로 전년 대비 2.1% 늘어난 반면 남성은 45.6%로 전년 대비 2.1% 줄었다. 2030 여성은 1회 평균 음주량이 5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고위험 음주 비율’ 역시 소폭 늘어 해당 비율이 줄어든 2030 남성과 대조를 보였다.
식생활 측면에선 곡류와 과일 섭취가 줄고 육류와 음료를 많이 섭취하는 추세가 이어졌다. 또 지방을 통해 에너지를 섭취하는 비율도 늘었다. 특히 20대 여성은 영양소 중 30.1%를 지방으로 섭취해 위험 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도 남성 54.4%, 여성 50.4%로 전년보다 소폭 하락했다.
질병청은 2025년부터 추적 조사를 도입해 건강행태 변화와 만성질환의 원인을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습관 변화가 이어지며 젊은 연령층에서 고도비만 환자가 늘고 있다”며 “건강한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교육 등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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