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부산물로 고단백 밀가루-맥주도 만들 수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4일 12시 10분


푸드 업사이클 소셜 벤처 ‘어반랩스’

푸드 업사이클 소셜벤쳐 어반랩스 김선현 대표 .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커피박(부산물)에는 단백질 등 영양 성분이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커피박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면 고단백 밀가루와 맥주도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어반랩스 연구실에서 만난 김선현 어반랩스 대표(36)는 “커피박을 활용해 다양한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어반랩스는 커피박 등을 활용해 다양한 식품을 개발하는 ‘푸드 업사이클링’ 소셜 벤처기업이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안 쓰는 부위를 활용해 새로 식품을 만드는 것으로 환경 보호와 함께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현재 커피박 추출액에 아미노산 등을 배합해 최적의 영양 성분을 가진 식품 원료도 개발 중이다.

과학적 분석 가능한 ‘기능성 식품’에 관심

김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뒤 정보기술(IT) 기업에서 3년간 근무했다. 하지만 전략, 마케팅, 인사 등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어 2016년 카이스트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입학했다. MBA 과정을 마친 뒤 2018년부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근무하며 여러 창업 사례를 접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창업 업종을 고민하던 그는 IT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능성 식품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김 대표는 “기능성 식품은 성별, 연령에 따라 제품에 필요한 원료가 달라진다. 식품 분야에서 여러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활용하며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기능성 식품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9년 8월 식품 연구개발(R&D) 경험이 있는 김형진 박사와 함께 어반랩스를 설립하고 이듬해 기능성 식품 회사들이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 ‘BIC PM’을 개발했다. 플랫폼에 ‘피로’ 등 특정 단어를 입력하면 원료의 종류, 가격, 원료별 선호도, 경쟁 제품 분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 대표 등은 자신들이 만든 BIC PM을 활용해 직접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탄생한 첫 제품이 20, 30대 남성의 건강을 위한 액상 영양제 ‘마카롱EX’다.

김 대표 등은 성인 남성에게 필요한 아르기닌, 아연 등 필수 영양소의 하루 권장량을 충족하기 위해선 하루 10개 이상의 알약을 먹어야 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리고 필수 영양소를 액상 형태로 농축한 제품을 출시하기로 하고 두 차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억 원을 모았다. 김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당초 계획의 5배가 넘는 종잣돈을 모을 수 있었다”며 “마카롱EX는 재구매율이 30%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지만 순이익은 생각처럼 많지 않았고 R&D에 더 집중하고 싶어 원료 사업으로 관심을 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커피 부산물로 밀가루-맥주 만들어

식물성 단백질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김 대표는 먼저 국내 원료 시장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원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인데 커피에도 상당한 단백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식물성 단백질 원료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대두로 구성 성분의 약 36%가 단백질이다. 다음으로 많이 쓰는 것은 완두콩인데 단백질 함량은 5~9% 수준이다. 그런데 커피에는 이보다 많은 13~16%의 단백질이 함유돼 있다. 김 대표는 “커피를 만들고 남은 커피박에는 영양 성분의 99.8%가 그대로 남아 있다”며 “한국이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세계 2위인 점을 감안하면 커피 부산물만으로도 식물성 단백질 원료를 다량 생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어반랩스는 커피박을 활용한 친환경 고단백 밀가루 제품 ‘커플로어’와 커플로어를 활용해 만든 빵 제품을 여럿 개발하고 내년 2월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이밖에도 커피박을 활용한 고단백 흑맥주 개발에도 나서 내년 상반기(1~6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커피박은 특유의 색과 향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흑맥주처럼 커피 향과 섞여도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을 찾으면 오히려 강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커피박은 1만 t당 폐기 비용이 약 10억 원에 달하며 소각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은 커피박 1t당 338kg에 달한다. 매립할 때도 카페인으로 인한 토양 오염, 메탄가스 및 이산화탄소 발생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김 대표는 “커피박을 재활용하면 폐기물 처리 비용도 절감하고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커피박뿐 아니라 참깨박, 홍삼박 등 다양한 식품 폐기물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반랩스는 친환경 제품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 받아 교육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운영하는 ‘산학협력 마일리지 사업’에서 2024년 산학협력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달에는 서울시가 주최한 ‘2024 기후테크 창업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커피박#커피부산물#재활용#푸드 업사이클#소셜 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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