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계엄사령부가 ‘미복귀 전공의 처단’ 내용이 담긴 포고령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선 의대 증원 중단을 넘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야당의 탄핵안 발의가 가시화되면서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운명도 불확실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전국 의대교수협의회와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공동 성명에서 “윤석열은 국민에 대한 탄압을 당장 멈추고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두 단체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처단하겠다는, 전시 상황에서도 언급할 수 없는 망발을 내뱉으며 의료계를 반국가 세력으로 호도했다”며 “국민을 처단하겠다는 언사를 서슴지 않는 것은 윤석열 정권이 반국가 세력임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아닌, 반헌법적인 반역자 세력임을 자인하는 바”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과 대통령실 참모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관련자들은 당장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가톨릭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대통령은 즉각 하야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이후 더 이상 대한민국이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 윤 대통령은 즉각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양심이 남아있다면 속히 하야하는 것이 국민에게 지은 죄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란의 죄를 범한 것에 대한 합당한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는 특히 포고령에 포함된 ‘전공의 처단’ 조항에 격분했다.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대위는 “계엄 포고문에 국민의 생명을 최일선에 지켜온 의사들을 처단 대상으로 명시했다. 전공의들을 끝까지 악마화할 것인가. 우리는 분노와 허탈을 넘어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이 포함된 경위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전공의를 처단하겠다고 한 선포문 작성자 공개를 요구한다”고 썼다.
윤 대통령의 거취마저 불확실해지면서 의료계의 의대 증원 조정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4일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복귀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 시작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발표 등 입시 일정 진행을 계기로 의료공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를 내비쳐 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리더십 붕괴를 계기로 ‘증원 철회’를 주장하며 더욱 똘똘 뭉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의협 회장 후보로 출마한 주수호 전 의협 회장도 “오늘부터 레임덕은 ‘데드덕’이 됐다. 의료농단의 유일한 해법은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강희경 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도 “근거도, 국민적 합의도 없는 의료개혁을 당장 멈추고 정상적 판단이 가능한 상황에서 새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계엄 해제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 번 참담함을 느낀다. 제가 돌아갈 곳은 없다”며 “비상 계엄으로 인해 무고한 국민이 다칠 경우, 의사로서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 국민들을 치료할 것이다. 독재는 그만 물러나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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