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로 정상에 오르니, 가리왕산의 선물 같은 풍경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6일 03시 00분


[강원 겨울 관광] 웰니스 관광도시 정선군
케이블카 누적 이용객 36만 명… 민둥산은 억새 군락지로 입소문
‘정선아리랑’ 명맥 잇는 데 힘써… 영국 예술축제 공식 초청 받기도

‘아리랑의 고장’ 강원 정선군이 웰니스 관광지로 떠올랐다. 웰니스는 웰빙과 건강의 합성어. 정선군은 천혜의 자연경관에 웰니스 관광지를 갖추면서 치유와 힐링의 최적지로 사랑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2023년 웰니스 관광도시’로 선정됐다.

웰니스 관광은 정선군이 민선 8기 슬로건으로 내세운 ‘국민고향 정선’과 맥을 같이한다. 바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고향같이 편안하고 정든 도시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의지를 담았다. 거기에다 정선아리랑을 소재로 한 각종 예술 공연과 가리왕산 케이블카와 같은 즐길 거리까지 더해져 정선의 관광산업은 잠에서 깨어나 비상의 날개를 달았다.

평창올림픽 유산 가리왕산 케이블카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의 설경. 정선군 제공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의 설경. 정선군 제공
정선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스키 활강경기가 열린 올림픽 개최지다. 지난해 1월 정식 운영을 시작한 가리왕산 케이블카가 당시 올림픽 경기장 시설로 활용됐다.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당초 철거될 예정이었지만 정선군민의 열망 덕분에 철거 위기를 일단 넘겼고 관광객들이 몰리는 정선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정선군에 따르면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개장 후 1년 10개월 동안 정선군 인구의 10배가 넘는 36만 명이 이용했다.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하부 숙암역에서 하봉 정상(1381m)까지 편도 3.51㎞, 왕복 7.02㎞를 8인승 캐빈 30대가 순환 운행하고 있다. 노약자와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비롯해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고 편리하게 20분이면 가리왕산 정상에 올라 원시림에 가까운 천혜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케이블카 정상에는 2400㎡의 생태탐방 덱 로드를 비롯해 전망대, 무인 카페,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운해, 일출, 석양 등 다채로운 모습이 펼쳐진다. 특히 겨울철 기온 급강하로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에 안개와 이슬이 얼어붙어 연출되는 상고대와 사방이 눈으로 뒤덮인 설경은 백미로 꼽힌다.

케이블카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하부에서 탑승 마감은 오후 4시다. 이용 요금은 성인 1만5000원, 어린이 1만1000원이며 20명 이상 단체의 경우 1인당 1000원씩 할인된다.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빼어난 경쟁력을 갖췄지만 철거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2년 동안 운영 상황을 지켜본 뒤 존치와 철거를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선군은 가리왕산을 중심으로 한 국가정원 사업을 추진해 정선군 전체를 대한민국 대표 정원도시로 발전시킬 청사진을 만들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가리왕산 케이블카 시설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올림픽이 남긴 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것이며 가리왕산의 자연과 올림픽 유산을 더 많은 국민이 찾을 수 있도록 산림형 정원 조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해 정선군에 힘을 실어줬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웰니스 공간

웰니스 관광도시에 걸맞게 정선에는 웰니스 관광시설이 즐비하다. 정선군이 천혜의 관광자원과 인문학적 스토리를 융합해 명상과 치유를 주제로 한 웰니스 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정선군은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엄선한 웰니스 관광지를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3곳이나 보유하고 있다. 하이원리조트는 자연 치유, 파크로쉬리조트는 스테이, 로미지안가든은 힐링 명상 분야에서 공인받은 웰니스 관광지다.

정선에는 신라시대 대국통(大國統)을 지낸 자장율사가 창건한 1000년 고찰 정암사가 있다. 이곳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로 국보 제332호 수마노탑이 있다. 수마노탑은 고려시대 만들어진 모전석탑으로 1964년 보물 제410호로 지정됐다가 2020년 국보로 승격됐다.

전국 5대 억새 군락지 가운데 하나인 민둥산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은빛억새축제와 단풍철이 맞물리는 10월에는 매년 30만 명 이상이 찾아올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해발 1119m인 민둥산은 8부 능선에 66만 ㎡ 규모의 억새밭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겨울에도 눈 덮인 민둥산에 오르면 눈앞에 펼쳐진 천혜의 비경에 절로 감탄이 쏟아진다.

젊은 층의 인증 사진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정선 민둥산 돌리네. 정선군 제공
젊은 층의 인증 사진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정선 민둥산 돌리네. 정선군 제공
MZ세대 사이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백록담을 닮은 ‘민둥산 돌리네’를 촬영한 인증 사진이 화제다. 지역 사람들이 ‘구덕’이라고 부르는 돌리네는 석회암 지대에서 함몰 작용으로 생긴 타원형 웅덩이로 카르스트지형이 발달한 곳에서 볼 수 있다. 민둥산 돌리네는 모양과 크기 면에서 국내에서 손꼽을 정도로 규모가 있고 아름다운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여행 전문 블로거, 인플루언서는 물론 많은 연예인이 자신의 SNS에 민둥산 정상의 풍경과 돌리네를 찍은 인증 사진을 올릴 정도다.

정선아리랑 한 소절에 ‘심쿵’

정선아리랑은 옛날부터 전승돼 온 정선의 구비 민요로 1971년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고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공식적으로 채록된 가사 수만 해도 1만 수가 넘고 기록상으로도 현존하는 지구촌 최대의 구비문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대다수의 학자가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발생한 정선아리랑을 모든 아리랑의 시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선아리랑은 경기, 밀양, 진도아리랑과 같이 전문 소리꾼에 의해 창작된 소리가 아니고 오로지 민초들의 삶 속에서 자연히 발생해 수천 년 이어져온 우리의 살아 숨 쉬는 문화 그 자체다.

정선에서 탄생한 뮤지컬 퍼포먼스 ‘아리아라리’는 8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정선군 제공
정선에서 탄생한 뮤지컬 퍼포먼스 ‘아리아라리’는 8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정선군 제공
정선군은 정선아리랑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혀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정선아리랑 창극 공연은 물론 군립예술단 운영, 아리아라리 뮤지컬을 만드는 등 ‘정선아리랑’이라는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특히 정선5일장날 정선 아리랑센터에서 상설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창작 뮤지컬 ‘아리아라리’는 2018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뮤지컬은 정선아리랑의 설화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아우라지 처녀 총각의 사랑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퍼포먼스다.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빼어난 노래와 춤, 다양한 무대 장치와 화려한 영상 등 작품 수준은 수도권 어느 공연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한국 전통극 대표 공연으로 첫선을 보여 독창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3월 세계 3대 공연예술축제 가운데 하나인 호주 애들레이드 프린지 페스티벌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가해 세계 각국 6000여 편의 작품과의 경쟁을 뚫고 연극 및 뮤지컬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또 올해 8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정식 초청돼 전 세계인의 찬사를 받으며 성공적인 공연을 이어갔다.

#강원#겨울 관광#여행#정선군#정선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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