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미-중 지정학적 갈등에도 중국과 중국 바이오에는 계속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 급성장하는 중국 바이오 기술에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5일 블룸버그통신, 미국 제약전문매체 피어스파마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의 중국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사노피는 최근 중국 베이징 경제기술개발 구역에 10억 유로(한화 약 1조4900억원) 규모의 인슐린 제조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노피가 중국에 설립하는 4번째 생산기지이며, 가장 큰 규모의 투자에 해당한다.
사노피는 중국 성인 당뇨병 환자가 1억4000만명이 넘는 상황으로, 중국 내 전용 인슐린 생산의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노피 CEO(최고경영자) 폴 허드슨은 “강력한 제조역량을 통해 중국 환자에 고품질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도 오는 2030년까지 중국에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해 신약 출시 속도를 높이고, 협업을 통해 현지 바이오텍을 지원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그 첫 단계로 화이자는 새로운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중국 바이오기업인 맙웍스(Mabworks) 및 키노 바이오(Kyinno Bio)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글로벌 리서치 그룹 딜포마에 따르면, 올해까지 7개 글로벌 제약사가 중국 신약에 대한 라이선스를 취득하거나 인수했으며, 총 31억5000만 달러(약 4조4500억원) 이상의 현금과 지분을 선불로 지출했다.
미국 IB금융사인 스티펠 파이낸셜 투자은행 보고서를 보면, 주요 글로벌 제약사의 R&D 책임자는 지난해 적어도 1번 이상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상하이에서 현지 기업들과 만나기 위한 파트너링 데이를 개최했다.
또 로슈와 바이엘, 일라이 릴리 등 제약사들은 초기단계의 스타트업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인큐베이터를 개설했거나 개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빅파마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최근 몇 년 새 중국의 생명과학 분야가 획기적인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중국산 치료제는 총 5개다. 이 중 혈액암 치료제인 ‘브루킨사’와 다발성 골수종 치료에 사용되는 세포 치료제인 ‘카비크티’는 임상 효능이나 판매량에서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
로슈의 전 아시아 및 신흥 시장 파트너링 활동 책임자였던 대런 지는 “이렇게 많은 다국적 기업이 중국을 찾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으며, 아스트라제네카 종양학 연구 책임자인 수잔 갤브레이스는 “중국의 학습 및 적응 속도는 솔직히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사의 주요 제품이 5년 내 특허 만료를 앞두면서 추가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중국의 유망한 파이프라인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블룸버그는 “중국 기업들의 신약후보 물질에 대한 초기 데이터가 대규모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재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으나, 글로벌 제약사들은 중국 과학이 그 가치를 입증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며 “여러 빅파마들이 원석 속의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현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