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간 교섭 결렬로 5일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출정식을 열고 본격 투쟁을 선포했다. 이들은 철도파업의 배경은 표면적으로는 노사문제지만 본질적으로는 정부의 책임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찬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출정식에는 주최 측 추산 노조원 5000여명이 붉은 머리띠를 쓰고 자리했다. 이들은 ‘안전 철도 쟁취’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울역 12번 출구부터 200m 지점까지 2개 차로를 가득 메웠다.
발언대에 선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전날 교섭 과정을 설명하며 정부와 사측의 책임을 언급했다. 최 위원장은 “조합원의 염원이 담긴 핵심 요구안을 약속된 종료 시간까지 넘기며 성실하게 교섭했지만 그동안 기재부는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측도 기재부와 국토부만 바라보며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기재부와 국토부가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철도노조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다수 노조로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속해있다. 그간 철도노조는 ▲정부 기준에 따른 기본급 2.5% 정액 인상 ▲231억원의 체불임금 해결(기본급 100% 성과급 지급) ▲개통노선에 필요한 인력 등 부족인력 충원 ▲4조 2교대 전면 실시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철도노조는 전날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요구안을 두고 코레일과 막바지 협상을 벌였으나 입장 차를 보이며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요구안 대부분이 노사합의 사항이거나 정부가 제시한 지침인 만큼 임금 인상 등 타 공공부문과 동등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사측은 반대했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최 위원장은 “철도 노조의 투쟁은 단순히 노동자의 권리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다”라면서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국민의 삶과 안전, 이동권을 지키는 공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노사문제로 인한 파업이지만 기재부와 국토부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노조의 요구안인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에 대한 문제는 기재부의 동의가 필요하고, 4조 2교대로의 전환 역시 국토부의 승인 사항이기 때문이다.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 또한 국토부 추진 사안이다.
철도노조는 선언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를 언급하며 “시민과 국회가 계엄을 막고 민주주의를 사수했듯 지금은 철도노동자가 나서 위기의 철도를 구할 차례”라고 했다.
이들은 “노사합의로 정상화한 성과급은 기재부 압력으로 체불임금으로 둔갑했고, 정부기준 그대로 기본급 인상 역시 기재부의 총 인건비 지침에 발목이 잡혔다”고 지적했다.
또 “그들이 외주화와 인력감축에 열중하는 사이 30대 젊은 철도노동자 두 명이 부모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그렇게 매년 2명의 철도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지만, 그들의 안전조치는 더디기만 했고, 철도노동자의 절망은 깊어졌다. 철도 현장의 공정과 상식은 그렇게 무너졌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와 사측이) 철도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했고, 이는 결국 철도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철도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을 지키고 무너져가는 공공철도를 지켜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출정식에 참여한 노조원 A(29)씨는 “하필 겨울이라 (파업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이 걱정되지만, 우리의 요구가 무리한 건 아니니 잘 협상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서울과 부산, 대전, 영주, 광주송정 등 전국 5개 거점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한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출정식에는 서울 5000여명을 비롯해 부산과 대전, 영주, 광주송정 등에서 각 2000여명 등 총 1만3000여명이 참석한다.
철도노조는 오는 7일에도 모든 조합원이 서울로 집결해 제1차 상경투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가 속한 민주노총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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