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능 만점자 11명 중 7명이 N수생(대입에 2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입시에 재도전하는 최상위권 N수생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5일 2025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며 “전 영역 만점자는 11명으로 이 중 7명이 졸업생, 4명이 재학생”이라고 밝혔다.
최상위권 N수생 강세는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46만3486명인데 이 중 16만1784명(34.7%)이 N수생으로 21년 만에 가장 많았다. 특히 의대를 지망하는 최상위권 N수생이 늘어 만점자 중 N수생 비율은 63.6%에 달한다. 전 영역 만점자가 10명 이상 나온 것은 2020학년도 수능 이후 처음인데 당시 만점자는 재학생이 13명인 반면 N수생은 2명에 불과했다. 5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5년 전만 해도 재수학원에서 자연계와 인문계 학생 비중이 비슷했지만 이제는 자연계가 70%를 차지한다”며 “의대를 지망하는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N수를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인데 올해 의대 모집인원이 대폭 늘어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수능 만점자 대부분은 수도권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올해 수능 만점자 상당수는 서울 등에 소재하는 주요 자율형사립고나 재수종합학원 출신으로 비수도권 출신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 만점자와 전국 수석 두 명이 모두 대치동 유명 학원 출신이었는데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입시업체 관계자들은 “수능에서 N수생은 재학생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시험 난이도가 어떻든 시험 준비에 1년 이상의 시간을 더 투자하는 N수생이 재학생보다 수능 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재학생의 경우 내신도 신경 써야 해서 수능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의대는 대부분 정시에서 수능 100%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이 때문에 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N수생은 1492명을 선발하는 의대 등 의약학 계열 정시모집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시 의대 입시에서 N수생이 우위를 점하게 되면 수시모집에서 불합격한 재학생은 정시에서 의대 등 최상위권 진학에 그만큼 불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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