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330개교 급식 차질, 비정규직 총파업에 아이들 빵과 주스
7238명 가운데 23.8% 참여 “비정규직 차별 해소하라” 촉구
“빵하고 주스 좋아요.”
학교공무직 총파업날인 6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초등학교 교실.
280여 명이 재학 중인 이 학교 아이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급식 대신 준비한 소시지빵과 감귤주스를 받기 위해 달려갔다. 나란히 서서 빵과 주스를 받던 아이들은 평소와 다른 모습에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 좋다는 친구도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식사가 부족할 걸 대비해 가져온 도시락, 과일을 꺼내기도 했다.
1학년의 한 학생은 “급식 대신에 빵을 먹어서 새롭고 좋다. 근데 양이 조금 부족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반응과는 사뭇 달랐다. 파업을 하더라도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 모 씨(40대)는 “급식 파업 소식을 듣고 평소 일어나던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 김밥을 쌌다”며 “(내가) 힘든 건 괜찮지만, 갑자기 급식을 못 먹는 아이들이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자라는 아이들이 한두 끼 안 먹는 건 괜찮아도 케이크랑 빵으로 식사하는 게 화가 난다”면서 “파업도 이유가 있어서 하는 거겠지만, 아이들한테까지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에 도내 공무직 노동자 7238명 가운데 23.8%인 1726명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참여자 가운데 조리실무사가 1157명으로 가장 많았고, 돌봄전담사 268명, 특수교육지도사 54명, 교무실무사 50명, 영양사 12명 순이었다.
총파업으로 인해 일부 학교에서는 급식과 돌봄교실 운영도 중단됐다.
도교육청은 급식이 실시되고 있는 795개교 가운데 330개교에서 급식 차질이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330개교 가운데 317개교는 도시락 지참과 빵과 우유 등 대체급식이 실시된다. 나머지 13개교는 학사일정 조정을 통해 급식을 하지 않는다.
유·초등 돌봄교실이 운영되지 않는 학교는 전체 419곳 가운데 17%인 74개교로 파악됐다. 특수학교의 경우 10곳 모두 정상 운영된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파업대응 매뉴얼을 이미 일선 학교에 전달한 상태”라면서 “학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적극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북지부는 이날 오전 10시 전북교육청 앞에서 총파업대회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노조원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앞서 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전국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동조합·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는 지난해 7월부터 교육부 및 17개 시도교육청과 실무교섭(9회)과 본교섭(4회)을 진행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노조는 이날 △기본급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 △일할수록 커지는 격차 해소를 위해 근속수당 인상 △직무보조비 지급 △복리후생수당 정규직과 동일기준 지급 △직무가치를 반영한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박미경 전북지부장은 “지금 교육당국은 공무직 노동자들의 노동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교육당국은 우리의 최소한의 요구도 무시하고 있다”면서 “이날 파업의 책임은 모두 교육당국에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우리 노동가지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을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전북지부는 이날 상경투쟁에 나섰으며, 전국여성노조 전북지부는 오후에 도교육청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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