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도심에 대규모 까마귀 무리가 출현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그동안 경기 남부 안성과 수원 등 도심에 떼까마귀가 출현한 적은 있지만 부산에 대규모로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북구청에 따르면 1~2주 전부터 구포대교 사거리와 백양대로 일대 전깃줄에 까마귀 무리가 출현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민원이 6~7건 접수됐다.
수천마리에 달하는 까마귀 무리는 해 질 무렵 도심 전깃줄을 찾아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 오전 먹이 활동을 하러 떠나는 것으로 관측됐다.
까마귀 무리가 점령한 전깃줄 아래에는 배설물로 뒤덮였다.
이 때문에 구에는 ‘까마귀 배설물로 더러워진 거리를 청소해달라’ ‘까마귀 떼가 너무 많이 몰려와 쫓아내달라’는 민원들이 잇따라 접수됐다.
구는 환경미화원들을 투입해 도로를 청소하고 전문가 등에 자문을 구할 예정이다.
최근 북구 도심을 뒤덮은 까마귀들은 ‘떼까마귀’인 것으로 확인됐다. 몸집은 46㎝ 가량으로 군집성이 매우 강해 수십마리에서 수천마리까지 큰 무리를 지어 다닌다.
떼까마귀는 봄부터 가을 사이에 러시아와 중국·몽골 지역에 서식하다가 겨울철이 되면 따뜻한 곳을 찾아 남쪽으로 이동하는 겨울 철새다. 그동안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는 주로 태화강 지역에 출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최유성 연구사는 “부산 도심 지역에 출몰한 까마귀들은 떼까마귀인 것으로 보인다”며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가 도심을 찾는 이유는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도심 외곽 지역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도심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또 지능이 높은 떼까마귀가 수리부엉이 등 포식자들이 도심을 찾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안전하게 잠을 자기 위해 도심지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남부 지역인 안성과 수원 등 도심에도 떼까마귀가 해마다 출몰하면서 배설물로 인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
최 연구사는 “울산 태화강에 있던 떼까마귀 집단이 분리되거나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부산·경남 일대 지역에 떼까마귀 무리들의 서식지가 위협을 받아 부산 북구에 새롭게 자리를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부산 지역에서 떼까마귀 무리가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떼까마귀 무리가 그 지역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매년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지자체에서는 레이저 건으로 방해를 줘서 떼까마귀 무리를 쫓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