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표결 무산 후폭풍]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국회 출석
“검-경-공수처 수사권 경쟁 비정상”
공소기각 판결 가능성 등 우려한듯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이 경쟁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 사건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어떤 기관이 윤 대통령을 조사하고 신병을 확보할지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3개 수사기관의 경쟁과 충돌에 대해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비정상적 상황”이라고 지적하는 등 법조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동운 공수처장은 공수처법 24조에 따라 이첩요청권을 발동하고 검찰과 경찰에 관련 사건을 넘길 것을 요청한 상태다. 공수처법은 ‘중복된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해 공수처장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이첩을 요청하면 다른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이 조항은 어겨도 처벌 규정이 없다. 실제로 검찰은 이첩을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수사는 검찰과 경찰이 속도를 내고 공수처가 뒤따르는 모양새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신병을 확보했고, 국군방첩사령부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김 전 장관의 공관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에 한 발 늦은 공수처는 9일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경쟁은 윤 대통령 조사로까지 번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는 만큼 법원의 영장 없이는 대면 조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공언하고도 검찰 수사를 거부했고, 정치권은 탄핵 국면에 돌입했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된 후에야 검찰 조사를 받았다.
3개 기관의 경쟁에 법원도 우려를 표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서로 수사권을 주장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면서도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법률상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내란죄 혐의 수사 권한은 경찰에 넘어갔다. 다만 검찰은 수사 가능한 직권남용 혐의와 연계하면 내란죄 수사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천 처장은 3개 기관의 충돌 문제와 관련해 “공소 제기와 수사의 적법성, 증거 능력 문제 등과 직결된다”며 “어느 기관의 수사를 인정할 것인지, 그에 따른 영장을 발부한 것인지는 굉장히 중요한 재판 사항”이라고 했다. 각 기관이 확보한 진술과 증거물이 재판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공소 기각 판결이 나올 가능성까지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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