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 사건 수사가 윤석열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에 윤 대통령과의 공모가 적시된 만큼, 검찰이 윤 대통령을 사실상 ‘내란 우두머리(수괴)’로 정조준하고 신속히 긴급체포 등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내란 수괴는 혐의가 입증될 경우 사형이나 무기 징역·금고 3개 중 1개로 처벌받는 중대범죄다. 검찰이 긴급체포나 체포영장 발부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신병을 먼저 확보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조직의 명운을 건다는 생각으로 가용 가능한 인력과 수단을 총동원해 하루빨리 강제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확산되고 있다.
● 檢, 尹 사실상 ‘내란 수괴’로 판단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는 취지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2인자’였던 김 전 장관의 유일한 상급자가 윤 대통령인 것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이날 구속된 김 전 장관을 계속 불러 조사해 사실관계를 더 구체화한 뒤 이르면 이번 주 중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는 헌정 사상 한 번도 없었다.
형법 87조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를 내란죄로 규정한다. 내란죄는 △우두머리(수괴) △모의에 참여,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물론이고 △부화수행(附和隨行·줏대 없이 다른 사람을 따라 행동함)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까지 모두 처벌한다. 검찰이 김 전 장관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은 그의 상관인 윤 대통령을 사실상 ‘내란 수괴’로 보고 수사 중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내란 수괴 혐의는 법정형이 사형과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이다.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최소 무기금고에 처해지는 것이다. 검찰이 윤 대통령을 겨냥한 강제수사에 곧바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통상 검찰 수사는 하급자부터 시작해 중간관리자와 책임자 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김 전 장관의 신병을 이미 확보한 만큼 윤 대통령을 정조준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갖춰졌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 법조계, “영장 있어야 尹 조사 가능할 것”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나 대면 조사는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가능할 거란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검찰이 영장 없이 윤 대통령을 긴급체포할 수도 있지만, 현직인 만큼 대통령실 경호 인력과 충돌할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을 영장 없이 체포하는 것 역시 수사기관으로선 부담이다.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더라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전례가 없어 이 역시 경호처와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고 사전구속영장을 먼저 청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검찰이 피의자 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유를 법원에 충분하게 소명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통상의 수사처럼 검찰이 윤 대통령에게 검찰청사로 출석해 피의자로 조사받을 것을 먼저 요구하는 방식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이 경호 문제를 이유로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디올백 수수 의혹 등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에게 출석을 요구하자 김 여사 측은 경호 문제를 이유로 제3의 장소를 제안했고, 결국 서울 종로구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조사가 진행돼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를 받는 중대범죄 피의자임을 감안하면 검찰이 제3의 장소 조사를 수용할 가능성 역시 낮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강제수사 방식을 서둘러 결정한 뒤 수사를 신속히 진행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시급한 상황에서 현재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이 경쟁을 벌이며 얽혀 있는 수사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는 등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차질을 빚거나 수사의 법적 정당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 윤 대통령은 극소수 참모진을 중심으로 강제수사에 대비해 변호사 선임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은 검찰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가까운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중심으로 고검장 출신 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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