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14일 2차 표결]
이상민 前장관이 지인에 전한 상황
“장관들 돌아가며 ‘안된다’ 설득
尹 ‘현실 감각 나와 다르다’며 강행”
“계엄 국무회의 때 윤석열 대통령 얼굴이 이미 (흥분해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저 정도로 격한 상태면 (비상계엄을) 아무도 못 막는다’ 생각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오랜 지인인 법조인 A 씨를 만나 12·3 비상계엄 심의 국무회의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11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최근 이 전 장관과 나눈 대화를 털어놨다. A 씨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이 3일 밤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했을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4, 5명이 이미 와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이 전 장관은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이) 계엄을 한대. 빨리 설득해 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해졌다. A 씨는 “이 전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들이 두어 명씩 윤 대통령을 찾아가 ‘이거 안 된다. 위험하다’고 설득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을 잘 아는데 내 생각엔 이미 얼굴이 달아올라 있고, 저 정도면 아무도 못 막는다. 차라리 국무위원들이 안 와서 정족수를 안 채우기를 바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일 윤 대통령은 원래 오후 10시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예정이었으나 국무회의 의사정족수(11명)를 채우지 못해 국무위원을 기다리다가 오후 10시 23분경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 전 장관은 A 씨에게 “실제 국무회의는 10분도 채 진행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의 만류를 거부하며 한 발언도 있었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선포할 만한 적정한 시기가 아니고, 요건이 안 됐다.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이 느끼는 책임감이나 현실 감각은 나하고 다를 수가 있다. 그렇지만 나는 (계엄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이 전 장관이 전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이 전 장관이 “평상시에도 국무회의를 하면 대통령 앞에 있는 장관들이 고양이 앞의 쥐였다”며 “(계엄 당일에도) 한 사람도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반대한다, 찬성한다 이런 얘기를 못 하고 있다가 한두 명씩 대통령 방에 가서 설득하며 시간을 끌었다”는 말을 했다고도 전했다. 이 전 장관은 A 씨에게 자신이 국회 경찰 배치와 관련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직접 전화해 상황을 확인했고, 조 청장이 통화 중 다른 지시를 하는 등 딴소리만 해서 기분이 나빠 끊었다는 취지로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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