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경남 창원시로 이사한 직장인 홍모 씨(26)는 최근 퇴근 후 헬스장에서 운동하다 기구와 부딪쳐 눈 인근이 찢어졌다. 지혈을 하며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지만 의료진은 “인력이 부족하다”며 봉합수술을 거절했다. 홍 씨는 “서울이라면 다른 병원을 찾으면 되지만 창원에는 밤에 문을 연 병원이 많지 않다”며 “결국 다음 날 아침에서야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의사 4명 중 1명이 서울의 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진료비는 노인 비율이 높은 비수도권이 많았지만 인구당 의사 수는 서울과 비수도권의 차이가 많게는 2배 이상 나는 등 의료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4명 중 1명은 ‘서울 근무’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공개한 ‘2023년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의사 16만6197명 중 4만6624명(28.1%)이 서울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인천 지역까지 합치면 전국 의사 중 44.9%가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는 병원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병원과 약국을 합친 요양기관 10만1762곳 중 23.9%인 2만4364곳이 서울에 있었다. 경기 인천을 합치면 전국 병원 및 약국 중 51.4%가 수도권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10만명 당 의사 수는 서울이 479명으로 전국 광역지자체 17곳 중 1위였다. 인구당 의사 수가 적은 경북(215명), 충남(230명), 충북(236명)의 2배 이상이었다.
전문가들은 현행 건강보험 제도가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대형병원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는데 환자들이 그 동안 제한 없이 병원을 선택할 수 있다 보니 비수도권 경증 환자가 수도권 대형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기도 했다”며 “의료공백 사태 이후 발표한 정책을 정착·발전시켜 병원 규모에 따라 진료비 차등을 두거나 진료 가능 질환군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1인당 의료비’ 전남이 최다
지난해 전체 인구의 50.6%는 수도권에 거주한다. 하지만 비수도권은 거주자 중 고령자 비중이 높다보니 그만큼 의료 수요도 많다. 지역은 넓고 의료수요는 많은데 의료진이 부족하니 제대로 진료를 못 받는 사태가 생기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242만 원이었다. 그런데 지역별로 보면 전남이 307만 원으로 1인당 연평균 진료비가 가장 높았고 전북(291만 원), 부산(285만 원), 경북(267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전남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6.1%로 가장 높았던 지역이다. 경북(24.7%), 전북(24.1%) 등도 고령자 비율이 25%에 육박한다.
반면 고령자 비율이 18.5%인 서울은 1인당 연평균 진료비가 232만 원으로 전남의 4분의 3 수준이었다.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많은 데다 의사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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