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구글 계정 사진 다운로드…이혼 소송에 활용
“서비스 제공자 의사 반해 정당한 권한 없이 접속”
자동 로그인된 타인의 인터넷 계정을 허락 없이 탐색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침입’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2018년 6월 경기 수원시의 주거지 아파트에서 배우자 B 씨와 함께 사용하던 노트북 컴퓨터에 B 씨의 구글 계정이 로그인된 것을 발견하고,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구글 계정 사진첩에 저장된 사진을 탐색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약 2~3일에 걸쳐 B 씨의 계정에서 사생활이 담긴 사진 파일을 보거나 내려받았고, 공유 설정을 변경하기도 했다.
B 씨가 2018년 4월 A 씨와 다툰 뒤 집을 나가면서 A 씨와 B 씨는 별거 중이었는데, 같은 해 9월 B 씨는 A 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A 씨는 내려받은 파일을 소송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과 2심은 모두 사진 파일을 몰래 내려받아 소송 자료로 법원에 제출한 것은 비밀 침해 및 누설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정보통신망 ‘침입’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접근권한이 있는지는 계정 명의자인 B 씨의 의사가 아닌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부여한 접근권한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비록 B 씨의 의사에 반한다 해도 정보통신망 자체의 안정성이나 정보의 신뢰성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의 행위가 정보통신망법 48조 1항에서 금지하는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구글은 B 씨에게만 식별부호(비밀번호)를 이용해 사진첩에 접근할 권한을 부여했다”며 “피고인은 B 씨가 식별부호를식별부호를 입력해 계정에 접속된 상태에 있는 것을 기화로 B 씨나 구글로부터 아무런 승낙이나 동의를 받지 않고 사진첩에 접속할 수 있는 명령을 입력해 접속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행위는 서비스 제공자인 구글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인 B 씨의 구글 계정 사진첩에 접속한 것이고, 이로 인해 정보통신망의 안정성이나 정보의 신뢰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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