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순간, 시민 20만여 명(경찰 추산)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마침내 탄핵됐다”, “시민들이 이겼다”고 소리치며 얼싸안았다.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비슷한 시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에선 탄식이 이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1549개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퇴진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 인원은 전국에서 모여든 시민들로 점점 늘어 경찰 추산 오후 5시 기준 20만 명까지 불어났다. 이들은 ‘민주주의 사수!’ ‘내란 수괴 윤석열을 법대로 처단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고 외쳤다.
7일 탄핵소추안이 부결되자 분노했던 시민들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도심 곳곳에 모여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기도 했다. 직장인 강모 씨(29)는 “지난주 당연히 될 줄 알았던 탄핵이 부결됐다는 소식에 분노했다”며 “이번에는 나라도 여의도로 나와 목소리를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집회 참여자들에게 핫팩을 나눠주던 직장인 신형성 씨(27)는 “다들 안전하고 따뜻하게 시위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핫팩 30개를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60개 대학교 소속 학생 5000여 명(주최 측 추산)도 국회 인근 KDB산업은행 앞에 모여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한림대에 재학 중인 김유진 씨는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건, 전세 사기,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 수도 없이 스러져 가는 청춘들 곁에 국가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학생이 민주주의를 지켜내자’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대통령 집무실과 인접한 용산구 전쟁기념관 광장에서도 집회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1시 반 전쟁기념관 앞에서 만난 직장인 김철호 씨(37)는 “계엄이라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아직도 탄핵이 되지 않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자유통일당 등 보수 성향 단체는 서울 광화문 앞에 모여 ‘탄핵 저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후 3시경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 왕복 전 차로를 점거하고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 4만1000명의 회원들은 ‘이재명 구속’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은 어림없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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