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추진하던 ‘의대 증원’ 정책 차질…의료계 “2026학년도 증원 ‘0’이 현실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5일 14시 37분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한 11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11.11. [서울=뉴시스]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한 11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11.11.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0개월 넘게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맞서온 의료계는 한목소리로 “탄핵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일각에선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2025학년도 선발 인원 조정은 더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6일부터 수시 합격자 등록…의료계는 “증원 무효, 중단해야”

2025학년도 대학입시 수시모집 최초합격자 발표는 13일까지 모두 마무리됐으며 등록은 16~18일까지 진행된다.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라고 하지만 합격자 등록이 끝나면 취소가 불가능하다. 수험생이 입학전형에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대리 응시 등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입학 허가 취소 사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각 대학은 수시에서 못 뽑은 인원을 이월 등을 통해 반영한 정시 모집인원을 28일부터 공고하고 정시 원서접수를 31일부터 1월 3일까지 진행한다. 의료계는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는 것과 정시 원서접수 진행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하지만 이는 모집 요강을 어기는 것으로 수험생들의 줄소송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교육부는 의료계의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의사단체 강경파들은 탄핵당한 정부가 추진한 의대 증원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의대 교육 붕괴를 막기 위해 2025년 신입생 모집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선 “2000명 증원을 근거 없이 밀어붙인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됐으니 협상의 여지가 생겼다”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심리하는 동안 권한대행 체제에선 기존 정책 방향을 수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과제들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게 탄핵 정국에서 각 부처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건 탄핵 정국 속에 내년도 입시가 이대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의대 교수단체 관계자는 “대통령 권한이 멈췄으니, 국무총리나 주무 부처가 나서 의정 간 대화를 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내년도 증원이 이뤄지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의대생을 돌아오게 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2026학년도 논의가 현실적” 목소리도

의료계에서도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2025학년도보단 2026학년도 증원 저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도권 의대 교수는 “올해 입시를 손대는 건 수험생들에게 너무 큰 혼란을 초래한다. 2026학년도 증원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의대를 보유한 대학은 정부 정책에 따라 올 4월에 2000명 늘어난 정원을 반영한 시행계획을 공고했다. 이걸 다시 2024년도 정원(3058명)과 동일하게 바꾸려면 내년 4월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또 대교협은 내년 5월까지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어 심의 사항을 대학에 통보하게 된다.

내년 5월까지 정원 재변경이 마무리되려면 의정 간 대화와 협의가 그 전에 끝나야 한다. 그리고 이는 내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될지 여부와 차기 대통령 선거 시기 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 여건을 감안하면 결국 의료공백 사태는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환자와 국민의 불편도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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