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파면” vs “무죄” 쪼개진 광화문… 충돌 우려에 경찰 경계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6일 03시 00분


헌재 결정 앞두고 양측 집회 예고
“파면 결정까지 목소리 더 높여야”
“대통령 잘못 없어… 기각 될 것”
경찰, ‘尹응원 화환’ 불타 원인조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시간차를 두고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그간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여야를 압박했지만, 이제 공이 헌법재판소(종로구 북촌로)로 넘어가자 무대를 광화문으로 옮겼다. 앞서 광화문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어온 보수 진영과의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경찰도 바짝 긴장하며 경계 강화에 나섰다.

● 광화문서 ‘탄핵 반대’ 집회 열려

“탄핵 반대” 15일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가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탄핵 반대” 15일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가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날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까지 3시간가량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 겸 예배가 열려 주최 측 추산 1만 명(경찰 추산 5000명)이 참여했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에게 잘못이 없다”, “결국 탄핵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전 목사는 “대통령직이 취소된 게 아니라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을 뿐”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윤 대통령을 모시고 반드시 자유 통일을 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박인선 씨(63)는 “대통령 3개월 동안 쉬라고 탄핵한 것”이라며 “분명히 돌아오니까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집회 참석자들도 헌재가 윤 대통령을 파면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선민희 씨(39)는 “국회에서 가결이 안 됐으면 (야당이) 계속 가결 시도를 했을 테니 차라리 통과된 게 다행”이라며 “헌재에서 기각 결정이 나서 깔끔하게 정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직 공무원인 이모 씨(57)는 “나도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탄핵 집회에 나갔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대부분 무죄였지 않나.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 오후엔 같은 장소에서 ‘탄핵 촉구’ 집회

“즉각 체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1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윤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이 손에 ‘내란 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즉각 체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1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윤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이 손에 ‘내란 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같은 날 오후 3시부터는 광화문 일대에서 주최 측 추산 약 3만 명(경찰 추산 3000명)이 모여 윤 대통령의 탄핵 결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헌재가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을 체포하라”, “김건희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손에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헌재는 즉각 파면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도 들었다.

주최 측이 설치한 대형 스크린에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순간의 영상이 재생됐다. 연단의 사회자가 “탄핵 가결을 완수해 냈다. 이겼다”라고 외치자, 시위 참여자들은 일제히 팻말과 응원봉을 머리 위로 들고 흔들며 환호했다. 부산에서 온 윤모 씨(69)는 “나라에 큰 혼란이 올 뻔했는데 탄핵안이 가결돼 다행”이라며 “국민이 계속해서 뭉쳐서 목소리를 높여야 헌재에서도 올바른 결정을 내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인 씨(27)는 “시위에 매일매일 참여해 빠른 파면 결정을 촉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헌재도 빨리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충돌 가능성에 경찰 긴장… 尹 응원 화환에 화재도

한 장소에서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가 열리며 집회 참여자들이 충돌할 우려가 커지자 경찰과 서울시는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앞서 서울시, 경찰, 소방 등은 14일 국회 앞 집회 현장 등에 총 1031명을 투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향후 광화문에서 열릴 집회에도 계속 대비하고 있다”며 “14일 집회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다행히 집회 참여자 간의 충돌이나 부상 등의 사건이 한 건도 없었지만, 앞으로 분위기가 격화되면 불상사가 생길 우려도 제기된다. 경찰에 따르면 16일에도 광화문 일대에서 탄핵 찬성 및 반대 집회가 각각 예고됐다. 진보 성향의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은 16일부터 매일 광화문 촛불집회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시민 약 200만 명(경찰 추산 20만 명)이 모였던 국회 앞에는 지방에서 ‘상경 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호텔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면서 15일 귀가 행렬이 이어졌다. 경기 수원시에서 온 뒤 국회 근처 호텔에서 묵었던 김회덕 씨(71)는 “탄핵안 가결 당시 딸과 포옹하고 주변인과 하이파이브 하며 기쁨을 표했다”며 “시민들이 가결을 이끌어낸 만큼 헌재 판결까지 국민이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1시 33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대통령실 인근에 세워진 윤 대통령 응원 화환들에는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환 약 10개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며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탄핵 찬성 집회#탄핵 반대 집회#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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