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계엄’ 맞서 시민들 깨우고, 하나로 만든 문학-영화-K팝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7일 03시 00분


계엄 폐해 절감, 저항 용기 얻어, 합창하며 연대
5·18민주화운동-12·12 등 다뤄
‘불법계엄-내란’ 시민 이해 높여
아이돌 케이팝, 집회 대표곡으로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8일 노벨 문학상 수상 소설가 한강이 스웨덴 한림원 수상 강연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언급하며 던졌던 질문이다. 14일 국회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제안 설명 도중 이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5·18의 참상을 다룬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최근 벌어진 12·3 불법 비상계엄 사건을 거치며 주목받고 있다. 탄핵 집회에서 만난 다수의 시민은 이 소설을 비롯해 영화 ‘서울의 봄’ ‘택시 운전사’ ‘1987’ 등 K문화예술을 통해 얻은 배경지식이 탄핵 집회 참여에 동기부여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 ‘서울의 봄’
영화 ‘서울의 봄’
이번 탄핵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최모 씨(23)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며 “계엄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한종 씨(30)는 “계엄이 선포된 3일 밤의 상황과 영화 ‘서울의 봄’ 속 상황이 똑같다고 느꼈다”며 “영화관에서 이미 계엄 사태를 간접 체험한 터라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망설임 없이 모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계엄 선포 직후 영화 ‘서울의 봄’ 인터넷TV(IPTV) 시청자는 하루 만에 1085% 급증했다.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소설, 영화 등이 이번 탄핵 시국에서 계엄과 내란에 대한 시민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학과 영화는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있다”고 분석했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젊은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소녀시대 등 케이팝 아이돌의 노래는 민중가요를 밀어내고 새로운 집회용 노래가 됐다. 가수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은 ‘집회 대표곡’으로 자리 잡았다. 탄핵 집회 기간에 음악사이트 멜론에서 ‘다시 만난 세계’를 들은 청취자는 직전 주 대비 23% 증가했다. 직장인 황수현 씨(29)는 “젊은이들은 케이팝 음악으로 연대가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원곡자의 의도를 넘어 민주주의가 회복된 한국 사회라는 더 넓은 의미로 곡이 재해석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청년들이 사랑해온 케이팝 음악이 이제 전 세대와 진영을 통합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학 작품이 시국선언에 인용된 사례도 있었다. 14일 한국 문학 연구자 952인은 시국선언문에 조세희 작가의 ‘침묵의 뿌리’에 나온 대목 “한반도는 유해가 되어 누워 있구나”를 인용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학은 우리의 생각, 행동, 표현을 포괄하는 만큼 설득력을 가진다”고 전했다.

#불법 계엄#문학#영화#K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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