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AI교과서 도입 ‘이중고’…예산 삭감에 교육자료로 지위 격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7일 15시 48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전경.(도교육청 제공)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교육청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제주도의회에서 40%에 가까운 예산을 삭감 당한데 이어 탄핵 국면에서 야당이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육 자료’로 격하시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17일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내년도 도교육청 예산안에 AI 디지털교과서 구독료로 총 44억5000만 원을 편성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를 비롯해 18책의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다는 발표에 따른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예산안을 심사하는 도의회는 고개를 갸웃했다. 먼저 도의회 예산안 심사에 나선 고의숙 교육의원(제주시 중부)은 “우리 아이들과 학교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라며 “내년 AI 디지털교과서의 구독료를 3분의 1만 편성한 교육청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이운 교육의원(서귀포시 서부)도 “핀란드 지역은 우리보다 먼저 디지털 기기를 교과서로 활용했는데, 다시 서책형으로 돌아왔다”며 “우리보다 먼저 유사한 디지털교과서를 시행했던 나라도 다시 돌아오는데, 우리는 후발주자이면서 AI 디지털교과서를 최고의 교재인 양 따르고 있는 행태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전교조 역시 크게 반발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막대한 재정이 AI 디지털교과서 사업에 투입된다면 기초학력 증진이나 다문화 교육, 노후 학교 시설 개선 사업 등 학교 현장에서 꼭 필요한 사업 예산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AI 디지털교과서를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고, 특히 학교 현장의 반대가 높다는 사실이 주는 의미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결국 제주도교육청이 AI 디지털교과서로 편성한 예산 44억5000만 원 가운데 17억7000만 원이 삭감됐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법률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AI 디지털교과사에 대한 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다”며 “(법률이 통과되면) 교육부와 타 시도교육청과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산 삭감에 대해서는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가격 책정이 아직 되지 않았다”며 “예산이 부족할 경우 추경을 통해 충당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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