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교원 채용-시설 개선 어려워”
4년제 대학 3분의2서 인상안 논의
계엄사태 여파 정부 지원 미지수
교육부 “경제 안좋은 상황” 신중
주요 대학들이 내년 등록금을 5% 안팎으로 인상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대학 등록금은 정부 규제로 2009년부터 올해까지 16년째 대부분 동결된 상태다. 하지만 주요 대학 총장들 사이에선 장기간 등록금이 동결되며 우수 교원 채용이 어려워지고, 시설이 노후화되는 등 교육 여건이 악화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순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 주요대 10곳 중 6곳 ‘등록금 인상’ 검토
18일 동아일보가 서울 주요 대학 10곳에 내년 등록금 인상 계획을 문의한 결과 4곳은 “인상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고 2곳은 “인상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정인 4곳도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지난달 전국 4년제 사립대 총장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도 3분의 2는 “내년에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거나 인상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 등록금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올릴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교육부가 이달 말 공고하는 ‘2025학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는 5.5%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주요 대학들은 내년에 최대 5%가량 등록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총장 대부분이 내년에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인상 폭은 5%가량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올해 4년제 사립대와 국립대 평균 등록금을 고려하면 5% 인상 시 연간 평균 38만 원, 21만 원가량 인상된다.
교육부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 등록금도 동결을 권고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경제가 많이 안 좋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그동안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등록금 동결을 압박해왔다.
● “경쟁력 약화 더는 못 버텨”
올해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는 5.64%였다. 하지만 4년제 대학 193곳 중 166곳(86%)은 동결을 택했고 등록금을 인상한 곳은 26곳(13.5%)에 그쳤다. 등록금 인상분이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금보다 많지만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아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 정부 방침을 거스르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매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된 탓에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대학 연간 등록금 평균은 국립대 419만 원, 사립대 752만 원으로 2011년 국립대 435만 원, 사립대 769만 원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하지만 대학 총장들은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비상계엄 및 탄핵 사태로 정부가 기능 부전 상태다 보니 교육부가 규제와 지원을 내세우며 등록금 인상 자제를 요청할 동력이 약화됐다. 또 재학생 사이에서도 등록금 인상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숭실대 학보사는 교육 질 확보를 위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사설을 쓰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총장은 “재정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육 경쟁력 저하도 이제 한계 상황”이라며 “이번이 아니면 언제 등록금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초 주요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비수도권 대학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계 관계자는 “올해 등록금을 올린 26곳은 모두 사립대였지만 내년에는 국립대도 인상을 계획 중인 곳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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