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장애인의 시설 접근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19일 김 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한 2심 판결을 뒤집고, 이 같이 판결했다. 대법원은 정부가 장애인인 원고 2명에게 1인당 10만 원 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파기자판(破棄自判)을 통해 직접 명령했다. 파기자판이란 원심 판결을 깨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정부)의 개선 입법 의무 불이행으로 장애인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평등권을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피해를 봤다”며 “정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정부가 옛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령을 오랫동안 개정하지 않은 것이 입법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위법한 것인지, 손해배상 책임까지 발생하는지 여부였다.
옛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령은 편의점 식당 등 소규모 소매점의 경우 바닥면적이 합계 300㎡ 이상인 곳에만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 시설을 의무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바닥면적 합계가 300㎡를 넘는 편의점은 전국의 3%에 불과해 장애인의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김 씨 등은 2018년 소송을 제기했고, 정부는 2022년 4월에야 바닥면적 조건을 50㎡로 강화했다.
대법원은 “장애인 접근권이 헌법상 기본권이라고 최초로 판시한 것”이라며 “장애인의 권리를 미흡하게 보장하는 행정 입법에 대해 사법통제를 통해, 장애인의 권리가 법원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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