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논란 속 상업화 속도 내는 AI 영화
‘나야, 문희’ 기획자 박재수 MCA 대표 인터뷰
실제 촬영 때보다 제작비 적게 들어… 출연자-장면 등 자유롭게 연출 가능
배우 IP 추가 확보해 내년 장편 기획
“제작비를 줄이고, 손익분기점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최근 투자가 줄어든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겁니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나야, 문희’를 기획한 박재수 MCA 대표(57·사진)는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꽁꽁 얼어붙은 한국 영화를 되살리는 데 AI 영화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나야, 문희’를 실제로 만들면 적어도 수억 원은 들지만 AI의 힘을 빌리면 수천만 원이면 만들 수 있다”며 “AI를 활용해 제작비가 혁신적으로 줄어든다면 오히려 ‘좋은 영화’가 많이 제작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잔뼈 굵은 영화인이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년) 연출부 막내로 영화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제작사를 차린 뒤 403만 명을 동원한 ‘7급 공무원’(2009년), 544만 명 관객을 끈 ‘안시성’(2018년) 등 제작자로 명성을 날렸다. 왜 AI 영화로 방향을 틀었냐고 물었더니 그는 “‘나야, 문희’는 내가 그동안 만든 영화들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안시성’은 겉으론 사극이지만, 당시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한 영화예요. 대규모 전투 장면을 모두 실제로 찍기보단 컴퓨터그래픽(CG)을 적극 활용해 제작비를 낮췄죠. 제가 ‘나야, 문희’를 만들게 된 것도 비용을 줄여 제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만들 ‘창작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가 배우 나문희(83)에게 연락한 건 약 2년 전. 보통 가상 인간이 젊은 여배우를 만드는데, 연기 경력이 굵은 배우가 AI를 활용해야 신선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혁신적인 제안을 나문희는 “너무 재밌겠다. 흥미롭다”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박 대표는 “선례가 없다 보니 젊은 배우도 참여를 망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바로 승낙하셔서 놀랐다”고 했다.
박 대표는 나문희의 디지털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기 위해 10년짜리 계약을 맺었다. 이후 AI 나문희를 활용한 짧은 광고를 만들다가 기술 발전 속도에 용기를 얻고 나문희 소속사와 영화 공모전까지 열게 됐다. 그는 “정말 진짜 같냐 따지고 보면 아쉬운 면은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부족한 게 있지 않냐”며 “부족한 부분은 기술이 발전되면 보완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배우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게 되고, 신인 감독은 AI 덕에 스타를 캐스팅할 수 있다”며 “딥페이크 등 불법적인 영역에서 잘못 쓰이는 AI 영상이 합법적인 영역에서 쓰이는 긍정적 사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다음 계획을 물으니 박 대표는 웃으며 답했다.
“일단 지금은 AI 나문희를 활용한 쇼트폼 시트콤을 준비 중이에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온라인 플랫폼에선 시청자들이 신선함을 중시하니까요. 또 내년 연말부턴 다른 배우들의 IP까지 확보해서 AI 장편영화도 기획에 들어가려 합니다. 기술이 얼마나 빨리 발전하냐에 따라 제 꿈이 이뤄지는 속도도 정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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