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사우디 왕자”…‘왕실 제품’ 판매한 中여성들, 알고 보니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2월 21일 15시 23분


ⓒ뉴시스
자신을 ‘중동 공주’라고 소개하며 왕실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중국의 인플루언서들이 사기꾼인 것으로 드러났다.

20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 뤄지알린은 고급 빌라 앞에서 우아한 금색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옥 목걸이를 착용한 채 아랍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팔로 끌어안은 영상을 공유했다.

임신 4개월 차라고 밝힌 뤄지알린은 “제 남편은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사우디 가문의 젊은 왕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남편과 함께 곧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주할 계획”이라며 “팬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중국에 있는 수억달러 재산을 손해 보고 팔고 있다”고 덧붙였다.

뤄지알린은 라이브 방송에서 프랑스 향수와 영국 왕실 세탁 세제라고 적힌 다양한 품목을 50위안(약 9900원) 미만에 판매했다.

또 다른 여성 인플루언서는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스카프를 두른 채 두바이 왕자와 함께 고급 승용차에 앉아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 여성은 “남편과 이혼할 계획”이라며 자산을 정리하기 위해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했다. 6위안(약 1191원)짜리 스타킹은 300켤레, 6.99위안(약 1388원)짜리 2㎏ 영국 세탁 세제는 1000개 이상 판매됐다.

이를 두고 많은 시청자 “왜 왕자와 공주가 명품이 아닌 평범한 물건을 파는 거냐”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의 댓글들은 모두 운영자에 의해 즉시 삭제됐다.

‘중동 공주’라고 주장한 이들은 알고 보니 외국 배우를 고용해 왕자와 공주를 사칭하고 저품질의 제품을 판매한 일종의 사기꾼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들의 계정은 모두 정지됐다.

두바이의 중국인 커뮤니티인 DXBcom은 성명을 통해 “아랍 국가의 왕족이 중국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판매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인플루언서들이 성공하고 부유한 엘리트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악용하고 있다” “어머니가 소위 ‘공주’라고 불리는 사람에게서 30위안짜리 향수를 산 적이 있는데 냄새가 끔찍했다” “판단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을 노린 사기인 것이 분명하니 값싼 제안에 속지 말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우디 루 시스터’ 알려진 한 인플루언서는 “중동에는 소위 부유한 재벌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진정한 귀족들은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고 소셜미디어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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