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주말인 21일과 22일 서울 광화문과 용산 등 도심에서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헌법재판소 인근 광화문과 안국역 등에서 열린 가운데 탄핵 반대 시위도 광화문에서 열려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이른바 ‘트랙터 시위대’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경찰과 이틀째 대치했다. 트랙터와 화물차를 끌고 과천대로를 통해 서울로 진입해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시위를 벌이려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남태령고개 인근에서 경찰에 저지돼 이곳에서 전날부터 하루 넘게 집회를 이어나갔다.
● “체포하라” vs “탄핵 반대” 둘로 나뉜 광화문
21일 서울 광화문과 안국역,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 등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놓고 찬반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오전 11시엔 군인권센터가 한남동 관저 앞에 ‘시민 체포 영장 집행’ 퍼포먼스를 펼쳤다. 윤 대통령이 체포되지 않을 시 시민들이 영장을 집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시민 체포 영장이라고 프린팅한 현수막에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직업 대통령 등이 적혀있고 영장 발부 주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적혔다. 경찰 추산 약 100명이 참여했다.
이날 오후 광화문은 둘로 쪼개진 찬반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선 보수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자유통일당 등이 탄핵 반대 시위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3만6000명, 주최 측 추산 200만 명이 모여 “탄핵 반대, 이재명 구속” 등을 외쳤다. 파주에서 왔다는 김기옥 씨(57)는 “탄핵 가결되었을 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결국 진실은 승리할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윤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중심이 된 광화문 동십자각 집회에는 주최 추산 시민 30만 명(경찰 추산 2만5000명)이 모였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아이돌 응원봉과 웹소설 패러디물 등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샤이니 응원봉을 들고 참여한 김명희 씨(41)는 “12월 3일 여의도 간 시민들한테 마음의 빚이 생겨 참여하게 됐다”며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국역에선 촛불행동이 120차 촛불문화제를 열고 크리스마스 캐롤 ‘울면 안 돼’를 “석열 한 대(꽝)” 등으로 개사해 부르기도 했다.
● 트랙터 시위대, 경찰과 대치 후 경찰 고소도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트랙터 등을 끌고 상경하던 전농 ‘전봉준 투쟁단’은 21일 낮 12시경 서초 남태령고개에서 경찰에 저지된 이후 하루 넘게 이곳에서 집회를 벌였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에 찬성하는 시민들도 이곳 집회에 참여하면서 주최 측 추산 최소 3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전봉준 투쟁단은 트랙터 30여대와 화물차 50여대를 끌고 과천대로를 통해 서울 도심으로 진입해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광화문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장 등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이 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이유로 ‘제한 통고’한 뒤 남태령고개에서 진입을 막자 이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시위가 22일까지 이어지자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도 가세했다.
이곳에 몰린 시위대는 “수사거부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윤석열을 몰아내고 국민주권 실현하자” 등의 구호와 함께 진입을 가로막는 경찰을 향해 “차빼라!”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다. 경찰이 차벽을 세우고 과천대로 양방향을 통제하며 시위대와 경찰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트랙터 유리창이 깨지거나 경찰버스를 트랙터로 들어올리는 등 물리적 충돌 상황도 빚어졌다. 경찰은 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시위대 2명을 연행했다.
한편 이날 트랙터 시위를 막아선 경찰을 상대로 고발장이 접수됐다. 김경호 변호사는 서울 방배경찰서장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남태령 집회 주변의 도로와 인도 봉쇄로 시민들은 영하 7도의 추위 속에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다”며 “경찰의 물리적 봉쇄 조치와 안전 조치 미비는 사실상 집회의 자유를 원천봉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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