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0%를 넘어섰다. 유엔 기준인 ‘초고령사회’에 사상 처음으로 진입한 것이다. 당초 초고령사회는 내년에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저출생 문제가 심화되면서 올해를 넘기기 전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2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전날 기준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5122만1286명)의 20.0%를 돌파했다. 한국은 2000년 11월 공식적으로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뒤 2017년 8월 14.02%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후 7년 4개월 만에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셈이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 비중은 2008년 10.02%에서 2017년 14.02%를 넘어선 뒤 2019년 5월(15.06%) 이후 매년 약 1%포인트씩 증가해왔다. 올해 1월 전체 주민등록 인구 5131만3912명 중 977만5810명(19.05%)을 차지했던 고령 인구가 이달 23일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성별로 보면 남자 454만6287명(17.83%), 여자 569만8263명(22.15%)이 65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고령 여성 비중이 남성보다 4.32%포인트 높았다.
7년만에 초고령 사회로, 초고속 진입… 지방 소멸 경고등
인구 20%가 65세이상 전남-경북-강원 順 노인 비중 높아 초저출산과도 맞물려 발등에 불 전문가 “정책 패러다임 확 바꿔야”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 추세가 가파른 것으로 알려진 일본조차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0년이 소요됐다. 네덜란드 17년, 이탈리아 20년, 프랑스 29년, 스페인 30년, 덴마크 42년 등 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한 유럽의 주요국들은 수십 년간 초고령사회를 준비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이 기간이 7년 4개월에 불과하다. 한국과 같은 급속한 초고령사회 진입은 지역 소멸, 초저출산 등 다른 사회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구 고령화가 국민연금 고갈과 생산성 약화는 물론 법적 정년 연장 등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노인인구, 지방일수록 높아
지방 소멸 현상도 여실히 드러났다. 권역별로 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수도권 17.70%, 비수도권 22.38%로 차별화됐다. 시도별로는 전남이 27.18%로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경북 26.00%, 강원 25.33%, 전북 25.23%, 부산 23.87%, 충남 22.23% 등의 순이었다. 세종이 11.57%로 고령 인구 비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인 경기(16.55%)와 서울(19.41%), 인천(17.63%)은 각각 20%를 밑돌았다.
비수도권의 고령화는 1960년대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한 도시화와 공업화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근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1960년대부터 경제 개발이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지방 소멸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며 “젊은이들은 떠나고 아이를 낳을 사람은 없다 보니 노인 인구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도 문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신생아 수)은 2000년 1.48명에서 지난해 0.72명으로 급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의 결혼관이 바뀌고 일·가정 양립과 주거 문제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출산율이 낮아졌다”며 “초고령사회는 상대적인 개념인데 국내 출생 비율 자체가 낮다 보니 고령화도 가속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 초고령사회 정책 패러다임 마련해야
정부는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노인 일자리, 노인 소득 보장, 노인 의료 및 돌봄 등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노인 일자리를 올해 103만 개에서 내년 110만 개로 늘리고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지역사회 내에서 받을 수 있는 제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 비율이 확 늘어나는 만큼 과거보다 노인 정책에 더 중점을 두고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노인 일자리와 돌봄 서비스 확대, 시설이 아닌 집에서 지낼 수 있는 체계를 탄탄히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의 소득 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연금개혁이 필수적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올해 9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현재 수준인 42%로 유지하는 연금개혁안 정부안을 발표하고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에선 아직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를 맞아 정책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그동안은 부모와 학교의 돌봄을 받아 사회에 진출해 60세까지 일하다 은퇴하고 쉬는 연령 구조를 바탕으로 사회경제시스템을 꾸려 왔지만 초고령화 사회와 같은 역삼각형 구조에는 과거 방식으로 사회가 운영될 수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노인 인구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지역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청년들을 위한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그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책적인 의사결정 참여 과정을 더 넓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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