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살해 협박에 ‘방검복’ 입은 교사…법원 “협박죄 보기 어려워”

  • 뉴스1
  • 입력 2024년 12월 25일 08시 31분


교보위 ‘출석정지’ 조치에 학생 “부당하다”며 행정소송 제기
법원 “학생 발언, 범죄 행위에 해당 안 돼…출석정지 처분 부당”

전주지법 전경/뉴스1 DB
전주지법 전경/뉴스1 DB
특정 교사를 지목해 ‘죽여버리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출석 정지를 내린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발언이 무례하고 저속하기는 하지만 교사에게 직접 하지는 않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 사건은 학생의 발언을 전해 들은 교사가 일주일 간 방검복을 입고 출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명 ’방검복 사건‘으로 불리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전주지법 제1-2행정부(부장판사 김선영)는 전북의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 군 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낸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5일 밝혔다.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23년 9월께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A 군은 체육교사인 B 교사로부터 수업에 불성실하게 참여했다는 이유로 훈계를 들었다.

화가 난 A 군은 수업이 끝난 뒤 ’(B 교사를) 칼로 찔러 죽이고 감방 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같은 반 학생 상당수가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군의 발언을 전해들은 B 교사는 약 일주일간 방검복을 입고 출근했다. 인증사진을 찍어 가족에게 보내기도 했다. 방검복은 ’남편에게 무서운 일이 생길수도 있겠다‘고 걱정한 B교사의 배우자가 사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교사노조 등 교원단체도 명백한 ’교권침행위‘라며 반발했다. 또 ”학교가 관련 학생들의 분리 조치 및 교사 보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지적했다.

이에 해당 학교는 교보위를 열고 A 군에 대해 출석정지 7일과 심리치료 21시간을 의결했다. 당시 교보위는 A 군의 행위가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한 정신적 상해·모욕으로서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 군의 부모는 이 같은 결정에 반발, 전북도교육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기각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학생 측은 ”당시 A 군은 혼잣말로 ’칼로 찔러 죽여버리고 싶다‘고 말한 사실은 있으나 ’죽이고 감방 가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 발언 역시 B 교사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단순한 혐오 감정 내지 일시적인 분노의 표시에 불과할 뿐이다“면서 ”이에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한 행위로 볼 수 없으며, B 교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에 해당한다거나 고의로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없기에 상해죄나 모욕죄, 협박죄로 의율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군 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A 군이 ’칼로 찔러 죽이겠다‘고 발언한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발언에서 더 나아가 ’감방을 가겠다‘ 등의 발언까지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서 ”비록 A 군의 발언을 전해 들은 B 교사가 적지 않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나 발언 자체가 B 교사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장애를 초래하는 실행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 군이 훈계를 들은 것에 대한 불만으로 B 교사에 대한 분노나 혐오의 감정을 상당히 저속하고 무례한 방법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그 내용 자체에, 교사에 대한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표현이 포함돼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모욕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이 사건 처분 당시 제시한 처분 사유는 A 군이 B 교사를 상대로 형법상 범죄 행위 유형의 상해죄와 모욕죄, 협박죄 등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고 이 부분은 피고 측이 증명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A 군의 발언이 형법상 상해죄와 모욕죄, 협박죄 등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만큼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전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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