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근무 방식 컨설팅 지원
일-가정 양립 고용문화 개선 노력
산업단지 특화형 모델 시범 운영
시차 출퇴근제-재택근무제 도입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 기간에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유일하게 1명 미만이었다. 이와 맞물려 생산인구도 유례없이 빠르게 감소 중이다. 이대로 가면 2044년에는 지금보다 생산인구 1000만 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 절벽은 기업 생존과도 직결된다. 제조업 일선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기업 문화를 바꿔 주는 ‘일터 혁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20∼39세 기혼 남녀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필요한 사내 복지로 ‘자녀 양육 및 교육 지원’과 ‘유연 근무제’를 꼽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인력, 비용, 시간 측면에서 일터 혁신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지역 산업단지의 경우 저출생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정된 출퇴근 시간 같은 산업단지 특유의 기업 문화가 출산과 육아에 필요한 모성 보호 제도 확산을 저해해 임금근로자 15.7%만이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 기준 전국 산업단지는 1306곳으로 12만4133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고용 인원은 233만7000명에 이른다. 고용 인원은 늘고 있지만 청년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 및 근로 환경 수준 저하 같은 문제가 상시 존재해 자연스럽게 저출생 문제로 이어진다.
고용노동부는 한국표준협회 등을 수행 기관으로 삼아 일터 혁신 컨설팅 지원 사업을 국내 기업에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일터 혁신은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켜 기업 성과와 근로자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혁신 활동을 뜻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남녀 모두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일과 삶의 균형 및 이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도록 고용 문화와 제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는 저출생에 따른 산업단지 생산 실적 및 가동률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산업단지 특화형 고용 문화 모델을 구축해 주목받았다. 시범적으로 서울 구로(가산)산업단지는 근로 환경 유형에 따른 맞춤형 모성 보호 제도와 여성 친화적 일가정 양립 모델을 운영했다. 많은 기업 간 컨소시엄을 운영해 일생활 균형 수준을 진단하고 모성 보호 제도를 저해하는 요인을 파악해 개선 과제로 삼았다. 예를 들어 R사는 인력 부족과 조직 문화로 인해 한 번도 시행하지 못하던 시차 출퇴근제 및 재택근무제도를 개발직과 육아기 근로자를 대상으로 운영했다.
이 같은 노력들을 통해 산업단지에 특화된 전략을 단계별로 마련하고 관련 규정 및 양식도 정비했다. 또한 사업장별 중간 결과 및 성과를 공유하는 순회 모임을 추진해 실행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 관계자는 “일터 혁신을 통한 여성 친화적 문화가 정착될수록 심해지는 저출생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단계별 실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사내 문화 혁신에 대한 의지와 유연함을 지닌 중소기업이 참여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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