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은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의 위헌·위법성뿐 아니라 국회의 탄핵소추가 적법한지에 대해 앞으로의 재판에서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2차 변론준비기일을 다음 달 3일 열기로 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심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 있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이날 오후 2시경 열린 변론준비기일은 수명(受命)재판관인 정형식·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주관했다. 주심은 정 재판관이다. 변론준비기일은 정식 변론에 앞서 쟁점을 정리하고 심리 계획을 세우는 절차다.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어 일반적으로 양쪽 대리인이 출석해 탄핵안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과 입증 계획을 밝힌다.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국회 탄핵소추단과 대리인단 측에서는 탄핵소추단장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전 헌법재판관) 등이 출석했다. 정 위원장은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헌재에서 가장 빠르게 윤석열을 파면할 수 있도록 소추위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 명령은 즉각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으로는 헌법연구관 출신 배보윤 변호사, 배진한 변호사, 대구고검장을 지낸 윤갑근 변호사 등이 출석했다. 이들은 변론이 개시되는 시간에 임박해 헌재에 도착하면서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의 송달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헌재의) 송달이 적법했느냐는 부분에 대해 (말하자면) 적법하지 않다”며 “오늘 피청구인 측이 소송에 응했지만 하자 치유와는 별개로 그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먼저 접수된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심판이 있는데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먼저 진행하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계류 중인 탄핵 사건이 많이 있다”며 “(신속 진행하는) 재판관들의 협의나 근거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정 재판관은 “대통령 탄핵 사건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며 “무조건 앞 사건부터 하는 게 아니라 가장 시급하고 빨리 해야 하는 사건부터 하자고 해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측은 “소추인 측에 비해 변호인단(대리인단) 수도 적고 저희가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일을 너무 빨리 잡으면, 저희가 소송을 지연한다는 게 아니라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희 입장을 고려해서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 재판관은 “피청구인 요구 사항을 충분히 반영해서 심리를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그 대신에 협조를 해주셔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하시거나 이런다면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윤 대통령 측은 변론준비기일 연기를 신청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재판관은 “준비기일은 변론의 효율적·집중적 실시를 위해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는 기일일 뿐”이라며 “오늘 준비되지 못한 부분은 추후 주장을 제출할 수 있고, 소추의결서 및 준비기일 통지서가 적법하게 송달됐으며 준비기일 개정에 문제가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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