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총 쏴서라도 국회 문 부수고 의원들 끌어내라’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8일 01시 40분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전후
수방사령관-경찰청장 등에 전화
“계엄 해제돼도 2번 3번 선포하면 돼”
檢, 김용현 前국방 공소장에 적시

문상호 정보사령부 사령관 지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체포조가 준비한 도구. ※야구방망이, 송곳, 망치, 포승줄, 안대, 케이블타이 등
12·3 비상계엄 선포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윤석열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국회 문을 부숴 (의원들을) 끌어내라” “계엄 해제돼도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된다”며 국회 진압을 적극적으로 지시한 혐의가 드러났다. “체포의 ‘체’자도 꺼낸 적 없다”던 윤 대통령 측의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들이다.

2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 기소하며 이 같은 내용을 공소장에 담았다고 밝혔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24일 만으로,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첫 기소 사례다.

검찰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은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현장을 지휘하던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전화해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 해”라며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포고령 발령 무렵부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전까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수차례 전화해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라며 의원 체포를 독촉했다.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4일 오전 1시 3분 이후에는 이 사령관에게 “(계엄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을 선포하면 되는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도 지시했다.

검찰은 이 사령관, 조 청장,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해당 내용들을 김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공소장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윤 대통령의 그간 해명과는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는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했다. 7일 대국민 담화에서는 “또다시 계엄이 발동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 비상계엄 선포 관련 피의자들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내란죄 혐의가 명백하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지속할 방침이다. 특히 국회를 무력으로 제압하려고 한 만큼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폭동’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尹 ‘해제돼도 2번, 3번 계엄 선포하면 되니 계속 진행하라’ 해”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 檢, 김용현 공소장에 적시… 尹, 군경에 “체포해” “끌어내라” 전화
檢 “계엄 사태에 4749명 군경 동원… 국회 침입, 내란죄 요건 ‘폭동’ 해당”
金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부터 체포”… 선관위 체포조, 망치-송곳 등 무장
金측 “검찰 공소 내용은 픽션” 반박

“아직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는 급박하게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곽종근 당시 특수전사령관의 비화폰(군 보안폰)으로 전화해 이같이 지시한 내용은 즉각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이상현 제1공수특전여단장에게 하달됐다. 곽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이 150명이 안 되도록 막아라”라는 지시도 받았다.

● 총·도끼 언급한 尹, 동시다발적 지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27일 김 전 장관을 구속 기소하며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에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게 국회 통제를 지시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조 청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국회 들어가려는 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다 포고령 위반이야”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도 직접 국회 통제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현장을 지휘 중인 이 사령관의 비화폰으로 전화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재촉했다.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4일 오전 1시 3분경에는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 (그렇다)”라며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압박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해명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12일 담화에서 “애당초 국방장관에게 질서 유지에 필요한 소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은 하지 말고, 국회의 의견이 있으면 바로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도 19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도 법률가인데, ‘체포해라, 끌어내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계엄 사태에 총 4749명의 군·경이 동원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지시는 모두 비화폰으로 이뤄져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무장 계엄군을 통해 국회를 무력화시킨 다음 별도의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려고 했던 점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 계엄 해제 임박에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잡아라”

국회의원 ‘체포조’ 관련 지시도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경찰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체포 대상자에 대한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에겐 “이들 14명을 신속하게 체포해 수방사 B1벙커 구금시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국회의 계엄해제안 의결이 임박하자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김 전 장관은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이 3명부터 잡아라”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확보한 방첩사 출동조 단체 카카오톡방에는 “(3명 중) 보시는 팀 먼저 체포해서 구금시설로 이동하면 된다. 포승줄 및 수갑 이용”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표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에 대해 “광주 5·18민주화운동 당시가 떠올랐다”며 “이 사건도 (윤 대통령 의도대로) 성공했으면 누군가 수없이 죽고 다쳤겠지만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의원 체포조에 가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구모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은 이모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에게 전화해 경찰 인력 100명, 호송차 20대 지원을 요청했다.

● 선관위 출동 군인들 송곳, 망치 무장

검찰 조사 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한 정보사령부 군인들은 송곳, 망치, 야구방망이 등으로 무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선관위 조직도를 보고 체포할 선관위 직원 30여 명을 추렸다. 이후 정성욱 정보사 대령은 요원 36명에게 명단을 불러주면서 이들을 포승줄과 케이블타이 등으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워 수방사 벙커로 이송할 것을 지시했다.

계엄 당일 긴박했던 순간을 재구성한 검찰은 포고령을 근거로 무장 계엄군이 국회 등에 들이닥친 것은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폭동’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와 선관위 직원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 시도하고, 선관위 전산자료 압수 시도했다. 폭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10쪽 분량의 보도참고자료엔 윤 대통령을 지칭하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49번 사용됐다. 기소 당사자인 김 전 장관을 뜻하는 ‘피고인’(39번)보다 많았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검찰 공소 제기에 대해 “신문 사항에도 포함되지 않은 내용까지 포함해 마치 민주당의 지침을 종합한 결과 보고서를 공소사실로 구성한 픽션”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부속실에 발송한 윤 대통령에 대한 3차 출석요구서는 ‘수취인 불명’, 대통령 관저는 ‘수취 거절’로 확인됐다. 전자공문도 미확인 상태로 사실상 3차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셈이다. 이날 경찰청 국수본 특별수사단은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 내부 폐쇄회로(CC)TV 자료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에 막혀 실패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30일 경찰 조사에 출석할 예정이다.

#윤석열#총#국회#도끼#의원#공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