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트레스에 극단 선택…法 “다른 원인 없어 유족급여 대상”

“공사 현장 스트레스로 정상적 판단 못해”
“업무 스트레스 외에 다른 원인 개입 없어”

ⓒ뉴시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자에게 업무적 요소 외에 다른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최근 망인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공동주택 신축공사 현장의 전기통신 관리감독으로 파견 근무를 하던 A씨는 지난 2020년 6월 숙소인 한 아파트 앞 화단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A씨의 유족은 회사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이 됐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업무상 부담 요인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은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공사 현장의 여러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단된다며 A씨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하청업체의 노임 미지급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며 A씨와 현장소장과 갈등이 계속된 점, 공사 하자로 본사로부터 독촉을 받고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커진 점, 통신업체 시공 담당자와 다툰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 외에 다른 원인을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가족관계 내지 다른 경제적 문제로 문제가 될 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며 “A씨의 주식계좌 잔고증명상으로도 특별히 주식투자 실패 등을 이유로 신변을 비관할 만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적 요소 외에 뚜렷한 다른 원인의 개입이 없는 이상 주식 문제나 다른 요인들이 직접적인 동기였다고 보는 것은 업무 인과성 인정보다 훨씬 관련성이 부족하다”며 “업무적 부담 내지 스트레스로 인해 이 사건 사고에 이르렀다고 추단한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