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새’ 충돌 무안이 최다…‘버드 스트라이크’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9일 14시 53분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소방당국은 “여객기 탑승 181명 중 구조자 2명을 제외한 인원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독자 제공
무안공항에 착륙하다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은 새와 부딪히는 ‘버드스트라이크’로 기체 고장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정황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버드스트라이크는 공중을 날고 있는 비행기에 새가 부딪혀 비행기 고장을 일으키는 사고다.

특히 국토교통부 항공정보관리체계 시스템 내용을 보면 무안공항은 공항 주변으로 새 군집지가 많아 이착륙하는 비행기들이 버드스트라이크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공항이다.

이번 항공기가 착륙한 19번 활주로의 경우 접근경로 상에 새 군집지가 형성되어 있다.

무안공항 인근의 새 군집지역 지도. 출처 국토교통부 항공정보관리체계
무안공항 인근의 새 군집지역 지도. 출처 국토교통부 항공정보관리체계


실제 한국공항공사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버드스트라이크 사고가 전체 국내 공항 중 무안에서 가장 자주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공항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무안공항에서 최근 6년 사이 버드스트라이크 사고가10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 5건, 2020년 1건, 2022년 1건, 2023년 2건, 2024년 8월까지 1건 등이다.

이 기간동안 총 1만1004편이 무안공항에 이착륙한 점을 감안하면 버드스트라이크 발생 비율은 0.09%다.

반면 제주공항은 0.013%, 김포는 0.018% 등이다.

출처 한국공항공사
출처 한국공항공사
항공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2009년 발생한 유나이티드 항공기의 허드슨강 착륙 사고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당시 사고기의 조종사인 설리 기장은 비행기를 허드슨강에 완벽하게 착수시켜 희생자를 내지 않아 ‘허드슨강의 기적’이라고 불렸다.

다만 버드스트라이크 사고 자체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분석한 바로는 미국 내에서 1990년 1793건이었던 버드스트라이크 사고가 2009년에는 9474건으로 증가했다. 528% 증가했다.

이처럼 버드스트라이크가 증가한 원인으로 FAA는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새들이 살 수 있는 숲이나 산 면적이 좁아져 공항 개활지 인근으로 몰려온 점 △항공 편수가 크게 늘어나 버드스트라이크 빈도가 증가한 점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최근에는 항공사들이 운영 효율성을 위해 엔진이 3, 4개인 항공기를 기피하고 2개인 항공기 위주로 운용하다보니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은 바 있다.

보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버드스트라이크 사고에서 가장 많이 손상되는 부위가 엔진이다.

전체의 44%에 이른다.

이어 날개 손상이 31%, 조종석 유리창이 13%, 기수(레이돔) 부분이 8%의 비중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버드스트라이크 발생 시 비상조치도 엔진 고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엔진에 새가 빨려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조종사들은 엔진 손상 정도에 따라 새가 빨려들어간 엔진을 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엔진 두 개에 모두 새가 빨려들어갔거나, 비행기 출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새가 빨려들어간 엔진을 무리해서라도 계속 가동하거나 재시동하는 방식으로 긴급 착륙에 대응하기도 한다.

항공기를 제작하고 감항성 인증(항공기가 상업 비행을 할 수 있다는 안전성 인증)을 받을 때도 버드스트라이크를 가정한 엔진 테스트를 거쳐 인증을 받은 엔진과 항공기만 운항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버드스트라이크 상황 자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고, 인증 범위를 넘어서는 버드스트라이크 상황을 맞았을 경우에도 엔진 고장 등의 상황을 피하기는 어렵다.

다만 제주항공 2216편의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정부와 제주항공 측에서는 현재까지 명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어 버드스트라이크가 정확한 사고 원인이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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