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제주항공 여객기에서 170명이 넘는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여객기가 활주로 외벽과 정면으로 충돌한 후 폭발하며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고 직전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여객기는 랜딩기어(착륙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바퀴를 내리지 못한 채 활주로에 기체를 끌며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오전 9시 3분경 활주로 끝 외벽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여러 차례 폭발과 함께 큰 화재가 발생했다.
무안공항 측은 항공소방대를 활주로 인근에 대기시켰지만 엄청난 화기에 현장 접근이 어려워 49분 만에야 초기 진화를 마쳤다. 항공기 기체는 충돌 후 떨어져 나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고, 승무원 2명만 구조됐다. 이들은 꼬리 쪽에 안전벨트를 찬 채로 앉아 있어 극적으로 생명을 건졌다.
항공 전문가들은 여객기 화재의 골드타임은 ‘90초’라고 말한다. 여객기를 탑승할 때 비상 탈출 훈련을 하고 소화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불을 끄는 것 보다 탈출이 먼저기 때문이다. 한 항공 전문가는 “동체 착륙에 대비해 몸을 엎드린 상태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승객들이 엄청난 충격과 함께 불에 휩싸였다면 자력으로 탈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색작업에 투입됐던 한 소방관은 “기체가 멈춘 지점 100~200m 주변까지 튕겨 나간 시신들이 많았다”며 “화재로 기체가 전소되면서 사망자들의 주검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여서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동체 착륙을 시도 할 때는 최대한 충격을 흡수할 장소를 찾아 하강한다. 일각에선 무안공항 주변 바다가 더 안전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지만, 회항을 할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거나 수평이 어긋나 자칫 날개 한쪽이 물속에 먼저 닿는다면 더 큰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활주로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관제탑이 오전 8시 57분경 조류 충돌 경보를 한지 2분 만에 기장이 ‘메이데이’를 요청하고 4분 만에 사고가 난 것을 보면, 짧은 시간 안에 착륙을 시도할 만큼 긴급한 상황이 기내에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엔진 계통이 손상돼 조종사가 상공에서 기체 폭발 위험성을 인지했거나, 작동하지 않은 랜딩기어를 복구할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며 “기체 내부로 연기나 유독가스가 들어오면서 승객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비상 착륙을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안공항 관계자는 “활주로 바닥에 마찰계수를 높이고 화염을 냉각할 수 있는 물질을 도포할 수도 있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며 “항공유도 방출하지 못할 정도로 긴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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