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국 빠르게 대응해 신뢰 높여… 국민 기본권 위협 땐 목소리 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1일 03시 00분


[LAWFIRM]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국선 변호인 보수 22% 확대… 변협 권위 확보에 최선 다해
비밀유지권 입법 안돼 아쉬워… ‘네트워크 로펌’ 규제 강화를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응접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응접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3만6000여 명 변호사를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에 당선돼 지난해 2월 임기를 시작한 김영훈 협회장(60·사법연수원 27기)의 2년 임기가 내년 2월 24일로 마무리된다. 포화된 법률시장, 성장이 정체됐다는 위기감 속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취임했던 그는 취임 일성으로 내건 대한변협의 권위 확보와 회원 권익 향상을 위해 2년 임기를 쉴 틈 없이 뛰어왔다고 한다.

이달 23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김 협회장을 만나 임기 중 성과와 아쉬움에 대한 소회를, 현재 변호사 업계가 마주한 과제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2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소회는.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다. 국가적 비상사태로 임기 말이 임기 초중반처럼 바쁘게 흘러가고 있지만 큰 성취감도 느낀다. 12·3 비상계엄 이후 국가가 비상시국을 맞이했을 때 대한변협이 제대로 역할을 했다는 국민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올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이 발표되고 현장 중계를 보면서 1시간여 만에 긴급 성명서를 작성해 자정 무렵에 발표한 것이다. 당초 다음 날 오전 상임이사회를 열고 논의하려 했는데 국회를 봉쇄하기 위해 병력이 동원되는 것을 보고 신속한 성명 발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비상시국 특수성을 제외하고 보면 지난해 말 국선 변호인 보수 증액 예산이 국회에서 확정됐을 때, 대법원장 및 헌법재판소장이 모두 공백이던 지난해 대한변협이 회원 의사를 모아 공개 추천한 후보 중에서 두 기관의 장이 취임했을 때 큰 성취감이 들었다.

―협회장 당선 후 목표한 계획들이 많았다. 소개하고 싶은 성과는.

“취임사 요지가 대한변협 수장으로서 무게감은 잃지 않으면서 또 회원 권익을 위해서는 세일즈맨처럼 뛰겠다는 것이었다. 앞서 말한 비상시국에 대한 대응은 변협 권위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됐다. 회원 권익 향상 차원에선 국선 변호인 보수를 취임 전에 비해 22% 늘린 점, 어려운 변호사들을 지원하는 공제재단을 설립한 점이 생각난다. 그동안 소홀하던 변호사 복지정책을 본격화했다는 점을 성과로 들고 싶다. 사설 법률 플랫폼과 갈등을 겪는 와중에 ‘나의 변호사’라는 변협 자체의 변호사 소개 플랫폼을 만들어서 기능 고도화 작업까지 마친 점도 소개하고 싶다.”

―짧다면 짧은 2년 임기, 아쉬움도 남을 것 같다.

“변호사 의뢰인 비밀유지권(ACP)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여러 건 발의됐지만 자동 폐기되고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됐지만 입법이 완성되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쉽다.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 전국적인 분사무소 망을 주된 영업수단으로 하는 이른바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대응도 아쉬움이 남는다. 광고 규칙과 광고 규정을 제·개정해 변호사들의 영리성과 공공성을 조화롭게 실현하는 규율체계를 완성하고 싶었는데 법무법인 전문광고의 제한적 허용 규정이 대한변협 총회에서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법조삼륜(法曹三輪)의 한 축인 변호사의 대표로서 본 법원과 검찰은 어땠나.

“법관들의 헌신을 인정한다. 다만 최근 아쉬운 부분은 ‘법률과 양심에 의해서 재판을 한다’고 할 때 ‘법률적 양심’의 편차다. ‘판사복이 있어야 재판을 이긴다’는 말이 변호사 업계에 도는 건 문제다. 양심은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연수 등을 통해 편차를 줄여 균질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검찰에는 좀 더 쓴소리를 하고 싶다. 검사 4명에 대해서 탄핵 소추가 됐을 때 대한변협은 반대 성명을 냈다. 하지만 검찰이 여러 불공정한 수사 사례로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탄핵 국면에서조차 못 믿겠다고 특검 얘기가 나오는 건 검찰 스스로 자성해볼 부분이지 않나. 다만 대한변협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서 반대해왔고 지금도 너무 급격하게 수사 제도가 훼손돼 국민 권익 보호에 공백이 생기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헌법재판소도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헌재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데 여러 번 역할을 했다. 우리 사회의 종국적인 안전판인 셈이다. 다만 최근 재판관 9명 중 3명의 공백이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헌재법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전임자 임기가 끝나더라도 새로운 재판관이 임명되기 전까지는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입법론이 나올 때가 됐다. 지금 상황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이 신속하게 후임 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엄과 탄핵 국면으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두고 여러 정치적 논란이 있지만 대한변협은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라는 점을 이미 선언한 바 있다. 현 대통령이 임기를 다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란 점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있다고 보인다. 조속한 탄핵심판 및 특검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 대한변협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자로서, 권력의 감시자로서 빨리 안정적으로 새 정부가 구성되도록 돕겠다.”

―다음 협회장 당선자의 우선 과제는.

“우선 대한변협이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이 위협받을 때 제대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둘째로 앞서 말한 네트워크 로펌 사례처럼 회원 변호사들 간의 갈등을 새로운 규율체계를 완성해 현명하게 조정해야 한다. 협회장은 갈등을 확대하기보단 회원들 사이의 조정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LAWFIRM#로펌#법#법무법인#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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