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3차 출석요구 거부]
檢, 尹→계엄 수뇌부→하급자들… 계엄 당일 지시 진술-증거 확보
70쪽분량 김용현 공소장에 적시
“尹, 국회 무력화-비상입법기구 계획”… 전두환 12·12때 국보위와 유사
12·3 비상계엄 선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계엄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기를 끊고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 등 국회 무력화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진술과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확보한 군 관계자 메모 등에는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가 그대로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으로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한 뒤 별도의 비상입법기구를 만들 계획도 세운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檢, “전기 끊어라” 등 尹 지시 메모 확보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이 계엄 당일 지시한 내용을 하급자들이 받아 적은 기록 등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록들에 따르면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은 “전기를 끊고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 등 국회 장악 방법을 계엄군 수뇌부에 직접 지시했고, 수뇌부가 이를 그대로 전달한 내용을 하급자들이 받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약 70쪽 분량의 공소장에 이런 내용을 적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기소할 때 윤 대통령의 다른 지시 내용도 공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후 현장을 지휘 중인 이 사령관에게 전화해 상황을 확인한 뒤 “(국회)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직후인 4일 오전 1시 3분경에도 이 사령관에게 전화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곽 사령관에게도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곽 사령관은 이 지시를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과 이상현 1공수특전여단장에게 전달하며 “국회의원이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여 사령관이 방첩사를 주축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체포조를 꾸려 운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여 사령관이 선관위 3곳에 진입한 사실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알리며 안보수사요원 100명 지원과 체포 대상자 10여 명의 위치추적을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방첩사 요청에 따라 광역수사단 소속 경찰관 104명의 명단을 작성하고, 실제 국회 수소충전소 인근에 대기 중이던 서울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관과 방첩사가 접촉하려 한 정황도 확인했다.
김 전 장관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이 임박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여 사령관에게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부터 잡아라”고 지시했고, 이는 김모 방첩수사단장 등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기존 체포 대상자 명단(14명)을 전면 취소하고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체포에 집중한 후 구금시설(수방사)로 데려가라고 지시했다는 것. 체포 시 ‘포승줄 및 수갑 이용’이란 지침도 내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 ‘입법 거수기’ 창설 시도까지…“국헌 문란 해당”
검찰은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막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입법부를 아예 장악하는 방안을 구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의 입법 기능을 계엄령으로 무력화한 다음 별도의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하려 계획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1980년 12·12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신군부도 국회를 해산하고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임시 입법기구를 만들었다. 당시 위원들은 모두 전 전 대통령이 임명해 사실상 ‘입법 거수기’ 역할을 한 바 있다.
검찰은 비상입법기구 창설 시도 역시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는 목적이 담긴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에 근거하지 않은 별개의 입법기구를 만들려 한 행위 자체가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비상입법기구 창설 관련 구체적인 계획 등을 더 수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이 속속 드러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 수사를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김 전 장관의 피의자 신문 조서 등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분석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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