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화염 냉각 물질 뿌릴새 없이 충돌
엄청난 화기에 초기 진화 49분 걸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제주항공 여객기에서 사망자 179명이 발생한 것은 여객기가 활주로 외벽과 정면으로 충돌한 후 폭발하며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고 직전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여객기는 랜딩기어(착륙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바퀴를 내리지 못한 채 활주로에 기체를 끌며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활주로 끝 외벽과 충돌했다.
무안공항 측은 항공소방대를 활주로 인근에 대기시켰지만 엄청난 화기에 현장 접근이 어려워 49분 만에야 초기 진화를 마쳤다. 항공기 기체는 충돌 후 떨어져 나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고, 승무원 2명만 구조됐다.
항공 전문가들은 여객기 화재의 골든타임은 ‘90초’라고 말한다. 여객기를 탑승할 때 비상 탈출 훈련을 하고 소화 훈련을 하지 않는 것 역시 불을 끄는 것보다 탈출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한 항공 전문가는 “동체 착륙에 대비해 몸을 엎드린 상태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승객들이 엄청난 충격과 함께 불에 휩싸였다면 자력으로 탈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색 작업에 투입됐던 한 소방관은 “기체가 멈춘 지점 100∼200m 주변까지 튕겨 나간 시신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동체 착륙을 시도할 때는 최대한 충격을 흡수하면서 기체의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장소를 찾아 하강한다. 항공업계에선 활주로보다는 주변 잔디밭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하거나 무안공항 주변 바다가 안전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파도가 치고 암초가 있을 수 있는 바다보다는 활주로가 안전하다고 기장이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착륙을 시도할 만큼 긴급한 상황이 기내에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엔진 계통이 손상돼 조종사가 상공에서 기체 폭발 위험성을 인지했거나, 작동하지 않은 랜딩기어를 복구할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며 “기체 내부로 연기나 유독가스가 들어오면서 승객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비상 착륙을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안공항 관계자는 “활주로 바닥에 마찰계수를 높이고 화염을 냉각할 수 있는 물질을 도포할 수도 있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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