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지목되는 사고 원인은… ‘조류충돌 때문’ 특정하기는 일러
“기내 연기 유입에 비상착륙 가능성”… 복행후 착륙 방향 바꾼 이유도 의문
정확한 원인 규명 최소 1년 걸릴듯
제주항공 7C2216편의 무안국제공항 추락 사고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서 비롯된 것이란 추측이 나오지만 원인을 특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항공기 조종사들과 전문가들은 “동체착륙 이유 등 규명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비행 중 엔진 및 랜딩기어(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종종 있지만 동체착륙을 시도한 사례 자체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조사원 8명 등을 현장에 급파했다. 국토부는 외부 환경 요인이나 기체 결함 등 사고 원인과 함께 조종사나 공항 측의 규정 위반 여부까지 ‘투 트랙’으로 조사에 나선다.
●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
국토부와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버드 스트라이크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한다. 예를 들어 시속 370km로 상승하는 항공기에 900g의 청둥오리 한 마리가 충돌할 때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4.8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면 화재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공항공사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국내 공항에서는 조류 충돌이 623건 발생했다.
의문은 비상 착륙이 참사로 이어진 과정이다. 사고 동영상을 본 조종사들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7C2216편은 무안공항 01방향 활주로로 접근을 하다가 엔진 계통에 문제가 발생해 ‘고어라운드(go-around·복행)’를 했다. 일반적인 경우 복행을 한 이후 항공기 상태를 점검한 뒤 원래 착륙을 시도했던 01방향 활주로로 다시 착륙을 시도한다. 그런데 7C2216편은 복행과 동시에 곧장 방향을 180도 틀어서 19방향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했다. 기름을 버리지 않아 폭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지만, 해당 기종은 공중 방류 기능이 없다.
● 랜딩기어 등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설사 엔진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착륙 때 사용하는 바퀴인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본다. 항공기는 착륙할 때 동체 뒤편에 있는 2개의 랜딩기어와 조종석 아래에 있는 노즈기어가 모두 펼쳐져야 한다. 그런데 7C2216편은 모든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채 착륙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도 “동영상으로는 (랜딩기어가) 안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랜딩기어 등을 펼치는 데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엔진 이상과 랜딩기어 작동 여부는 통상 연관성이 적다”며 “랜딩기어가 펴지지 않은 이유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사고 기종인 B737-800 항공기는 랜딩기어가 자동으로 펼쳐지지 않으면 수동으로 펼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기장이 수동 작동 지시를 내리면 부기장이 수동 레버를 돌려서 랜딩기어 등을 펼친다. 일각에선 기내로 연기(스모크)가 들어오면서 수동 전환을 하지 못한 채 급히 동체착륙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항공사 기장은 “기내로 스모크가 들어오면 이유 불문하고 배(동체)로 착륙해야 한다”고 말했다.
랜딩기어가 펴지지 않은 것을 놓고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정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육안으로 불꽃이 튀는 게 보이는데 버드 스트라이크가 아니라 이물질이 유입되거나 기체 자체 결함일 수도 있다”고 했다.
● 정확한 사고 원인 밝히는 데 최소 1년 전망
이번 참사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우선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과 기체 결함 여부, 동체 착륙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장 등 승무원이 안전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했는지도 조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잔해에서 확보할 수 있는 증거를 최대한 수집해야 한다”면서 “기장이 안전 지침을 제대로 지켰는지를 비롯해 정비 이력이나 교육훈련일지 등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