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누나 찾았어” “내 새끼 맞아”… 사망자 호명에 유족들 오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0일 16시 55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이튿날인 30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희생자 분향소에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4.12.30. 광주=뉴시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이튿날인 30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희생자 분향소에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4.12.30. 광주=뉴시스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된 179명의 유족들은 사고 다음 날인 30일 새벽까지도 신원 확인을 애타게 기다리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신원 확인이 된 유족들은 사망 확인 소식에 오열했고, 신원 확인이 안 된 유족들도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사고가 난 지 17시간 가까이 지난 30일 오전 1시 45분경 무안공항 2층. 추가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이름이 호명되자 유족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사망자 김모 씨(30)의 남동생 김모 씨는 “엄마, 누나 찾았어”라며 가족과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한 유족은 아들의 이름이 불리자 “혹시 동명이인 아니냐”며 믿기지 않는 듯 묻고 또 물었다. 관계자가 출생 연도를 불러주자 “내 새끼 맞아”라며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신원 확인이 안된 사망자의 가족들은 두 손을 모으고 발을 동동 굴렀다. 하나 뿐인 언니를 잃었다는 한 여성은 “우리 언니 데리고 가게 해달라”고 계속 되내였다. 가족들이 교대로 밤을 지새웠지만 30일까지도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가족도 있었다. 30대 올케를 찾으러 온 한 유족은 “저와 동생, 엄마가 교대로 쪽잠을 자면서 (신원 확인) 소식을 기다렸지만, 신원 확인된 사람 명단에서 이름을 찾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소방청에 따르면 30일 오후 4시 기준 사망자 179명 중 신원 미확인 사망자는 38명이다.

가족의 신원이 확인됐음에도 아직 확인하지 못한 유족들을 돕겠다며 공항에 더 머무르는 유족들도 있었다. 20대 조카가 변을 당한 송모 씨(48)는 29일 오후 공항을 찾아 조카의 사망이 확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조카의 시신이 영안실로 옮겨지고 가족들도 전남 목포시 분향소로 이동했지만, 송 씨는 공항에 남아 자원봉사자를 도왔다. 이날 밤 내내 공항에 텐트를 설치하고 물병을 함께 나른 송 씨는 “조카 말고도 젊은 나이에 숨진 사람이 많아 마음이 아프다”며 “조금이라도 정신이 있는 사람이 도와야겠다고 생각해 공항에 남았다”고 말했다.

전남경찰청과 전남소방본부 등은 30일 사고 항공기 기체와 인근 지역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시신과 유류품을 수습하는 작업도 이틀째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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