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인하대병원, 인천 첫 ‘소아 중환자실’ 운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1일 03시 00분


중증 소아 환자 전용 병상 5개 배치
전문의 33명 등 전담 의료진 확대
공항 가까워 외국인 환자 대처 가능
지역 소아 의료 서비스 개선 기대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지선 교수가 소아 중환자실에서 당뇨병성 케톤산증으로 입원한 A 군의 치료 경과를 살펴보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지선 교수가 소아 중환자실에서 당뇨병성 케톤산증으로 입원한 A 군의 치료 경과를 살펴보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사례 1. 최근 미국으로 가기 위해 한국을 경유하던 12세 미얀마 국적 A 군은 고혈당으로 심각한 상태에 빠져 인하대병원 소아중환자실로 이송됐다. A 군은 고혈당으로 인해 ‘케톤산증’ 진단을 받았다. 혈당 수치가 400을 넘고 케톤체 수치는 정상 범위보다 10배 이상 높은 심각한 상태였다. 주치의인 소아청소년과 박지선 교수는 즉시 수액 요법과 인슐린 치료를 시작했다. 신속하고 체계적인 치료로 의식을 되찾은 소년은 며칠간의 집중 치료 후 안전하게 미국으로 출국할 수 있었다.

#사례 2. 사이판으로 가족여행을 떠난 이모 군(5)은 현지 리조트 수영장에서 놀다가 물에 빠졌다. 의식을 잃은 이 군은 현지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 한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에어앰뷸런스(비행기 환자 이송)에 올랐다. 국내 이송 도중 심정지가 발생한 이 군은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인하대병원 소아 중환자실로 긴급 이송됐다. 도착 당시 심폐소생술(CPR)로 생명을 연장한 상태였다. 의료진의 체계적이고 신속한 중환자 치료로 이 군은 현재 건강을 되찾았다.

인하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이 ‘중증 소아 환자’에게 전문 진료를 제공하면서 지역 필수 의료기관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최근 인천과 경기 서북부권 지역 가운데 처음으로 ‘소아 중환자실’ 운영에 들어갔다고 30일 밝혔다. 소아 중환자실은 중증 소아 환자를 위한 5개 병상과 최첨단 의료 장비, 전문 의료진이 배치됐다.

소아 중환자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시설 확장뿐만 아니라 응급 의료 이후의 체계적인 후속 진료 체계와 전문적인 의료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에 따라 인하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임 전문의 33명, 다른 임상과의 겸임 전문의 10명, 소아 전담 간호사들이 소아 진료에 참여하는 등 최대 규모의 의료진을 가동하고 있다.

인천 인구수는 올해 10월 기준 301만7900여 명으로 광역시 가운데 부산 다음으로 많다. 이 중 19세 이하 소아 청소년 인구는 47만여 명(약 16%)에 달한다.

2020년 지역별 소아·청소년 환자의 응급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인천은 전국 60만3006건 중 4만4127건(7.3%)으로 6대 광역시 중 가장 많았다. 이어 전체 17개 시도 중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청소년 환자가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소아 중환자 진료를 위한 전문적인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인천 지역 중증 소아 환자들은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이송돼야 하는 불편을 겪어 왔다.

중증 환자 이송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가 악화할 위험이 컸던 만큼, 이번 인하대병원 소아 중환자실 개소는 지역 내 소아 의료 서비스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선 인천은 물론 경기 서북부권 지역 중증 소아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공항과 항만이 가까운 지리적 특성에 따라 외국인 어린이 환자들에 대한 응급 또는 위급 상황에서의 빠른 대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환자실에서의 치료는 단순히 위급 상황 관리를 넘어 환자의 장기적인 회복과 합병증 예방이 목표다.

인하대병원은 중증 소아 환자들에게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사회와 국제사회 모두에 의료적 가치를 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인하대병원은 내년에 소아 중환자 전문의와 소아 전담 간호사를 추가 배치하고, 소아 전용 의료기기도 확충하는 등 소아 의료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앞서 인하대병원은 소아 전문응급의료센터와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의 역할을 강화하는 등 소아 의료 안전망 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생아 집중 치료 지역센터를 운영하는 등 소아 응급부터 중환자 치료까지 빈틈없는 진료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권영세 인하대병원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장은 “소아 중증 질환에는 급·만성 호흡 부전 및 순환 부전, 급격한 의식 상태의 변화를 보이는 경련 및 뇌병증, 주요 장기 부전을 동반한 중증 감염, 케톤산증을 동반한 당뇨 등이 있다”며 “소아 중환자실 개소를 통해 이런 질환이 있는 어린 환자들이 빠르게 입원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있는 진료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소아 중환자실#중증 소아 환자#응급 의료#의료 접근성#소아청소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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