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尹측 “가벼운 범죄를 내란 주장”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1일 03시 00분


[尹 체포영장] 공수처, 尹 내란혐의 체포영장
3회 출석 불응에 강제수사 돌입… ‘尹 총-도끼 언급’ 드러나 동력 확보
공수처-경찰 “영장 발부시 집행”… 경호처와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0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경호 인력들이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0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경호 인력들이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0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가 중대 고비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구속 기소)에 대한 공소장에 윤 대통령이 총, 도끼 등을 언급하며 국회 통제를 직접 지시한 상황을 상당수 적시한 만큼 강제 수사의 동력은 충분히 확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공수처와 경찰이 집행에 나서더라도 대통령경호처가 막아선다면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거나 집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은 변수로 거론된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체포영장 청구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의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는 30일 0시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가 세 차례 통보한 18, 25, 29일 출석 요구를 윤 대통령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불응하자 강제 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출석 요구를 3회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현직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이 청구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지만 내란죄는 예외다. 공수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도 함께 청구했다. 체포 과정에서 피의자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거나 위치에 대한 수색이 필요한 경우 체포영장과 함께 수색영장을 청구한다.

법조계에선 현직 대통령 체포를 위한 증거와 진술이 충분히 확보됐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윤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현장을 지휘하던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수감 중) 등에게 전화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혐의를 검찰이 김 전 장관 공소장에 적시했고, 관련 메모 등 증거와 진술도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이다. 체포영장 발부 결정은 이순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8기)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집행 시 경호처와 충돌 가능성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더라도 공수처와 경찰이 윤 대통령을 실제 체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경호법 19조는 경호처가 부득이한 상황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경호 임무 수행을 위해 합리적인 수준의 무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는 경호처가 영장 집행을 막으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연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호처가 대통령경호법을 근거로 집행을 막아설 경우 양측이 물리적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 지지자들이 관저로 몰려들어 경찰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영장이 발부되면 집행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집행은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어 여러 검토를 한 후 그에 맞는 대응을 준비해서 집행할 것”이라며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경호처가 집행을 막을 가능성에 대해선 “압수수색과 달리 체포영장은 집행을 제한할 사유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만큼 체포영장은 각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하는 청구 자체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배척하는 처분이다. 윤갑근 변호사(전 대구고검장)는 “직권남용죄와 비교하면 내란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 범죄인데, 그런 가벼운 범죄를 갖고 내란죄 관련성을 주장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꼬리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몸통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해괴한 논리”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는 국회 측이 ‘인증등본 송부촉탁신청서’를 제출했다고 30일 밝혔다. ‘인증등본 송부촉탁’은 수사기록 등을 헌재에 요청해 헌재가 받아내면, 필요한 부분을 증거로 신청하는 절차다. 증거 채택 여부는 재판부가 결정한다. 윤 대통령 측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헌재가 (수사기록) 송부를 요청할 것을 시사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반발했다.

#대통령 탄핵#현직 대통령#내란혐의#체포영장#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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