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국, 179명중 147명 신원확인
지문 감식-DNA 검사 등 활용… “충돌-폭발로 시신 훼손 심각해”
장례절차 지연… 유족들 “답답”
일부는 “신원확인” 잘못 안내에 분통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진 가운데 사고 이틀째인 30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147명에 그쳤다. 경찰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망자 179명 중 온전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5명뿐이고 나머지 174명의 시신은 총 606편(조각)으로 흩어진 채 발견됐다. 여객기가 활주로 끝 둔덕과 충돌해 폭발하는 과정에서 탑승자들이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것으로 보인다.
● 606편으로 훼손된 시신
30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관계자들은 무안공항 임시 안치소 등에서 사망자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활주로와 사고 지점에서 발견된 시신을 119구급대, 군 인력 등이 임시 안치소까지 운구하면 경찰과 국과수 등이 1차로 지문 대조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다.
지문 확인도 어려울 정도로 훼손이 심각한 시신은 미리 채취해 둔 탑승자 가족의 유전자(DNA) 정보와 시신의 DNA를 대조해 신원을 확인 중이다. 경찰과 국과수는 검안의 10명, DNA 신속 판독기 3대를 투입했다. 이후 수사기관이 발급하는 ‘검시 필증’을 유족이 받으면 장례를 치를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30일 오후 기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147명이다. 나머지 사망자 32명의 신원 확인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충돌과 폭발로 시신 대부분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도 “사망자 179명 중 151명은 지문을 채취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28명은 지문 감식이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 “온전히 수습한 시신은 5구뿐”
경찰 등 현장 수습 관계자들에 따르면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시신은 179구 중 5구였다. 경찰 관계자는 “5구 외에는 시신 훼손이 심한 상황이다. 폭발로 사지가 분리되는 등 신체 일부가 훼손돼 현재 총 606편의 시신이 발견된 상황”이라며 “조각들을 맞추는 작업에 시간이 걸리고 있어 신원이 모두 확인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대표단은 당국 관계자들을 면담한 뒤 “검시 쪽에서의 (신원) 확인 절차도 다음 주 수요일까지 될 것 같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다음 주 수요일까지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답이 나온다”며 “장례 절차가 지연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원 확인이 안 된 시신은 격납고 등에 설치된 냉동시설을 통해 일단 보존하고 있다. 추가로 훼손된 시신이 더 있는지 사고 현장 주변을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가족의 신원을 확인할 때까지 시간이 기약 없이 지체되면서 유족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녀를 잃은 한 유족은 “답답한 마음에 텐트에서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면서 “빨리 신원이라도 확인된다면 이렇게 속이 끓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신원 확인 기다리는 유족들, 뜬눈으로 밤새워
유족들은 사고 다음 날인 30일 새벽까지도 신원 확인을 애타게 기다리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날 오전 1시 45분경 무안공항 2층에서는 추가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이름이 호명되자 유족들이 통곡했다. 사망자 김모 씨(30)의 남동생은 “엄마, 누나 찾았어” 소리치며 가족과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한 유족은 아들의 이름이 불리자 “혹시 동명이인 아니냐”며 재차 되물었다. 하나뿐인 언니를 이번 사고로 잃었다는 여성은 “우리 언니 데리고 가게 해달라”고 계속 중얼거렸다. 30대 올케를 찾으러 온 한 유족은 “저와 동생, 엄마가 교대로 쪽잠을 자면서 (신원 확인) 소식을 기다렸지만 신원이 확인된 사람 명단에서 이름을 찾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당국이 신원 확인을 잘못 안내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사망자 A 씨(49)의 유족은 29일 오후 8시 반경 ‘신원이 확인된 88명 명단에 A 씨 이름이 있다. 후속 절차를 밟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1시간가량 기다렸는데 국토부 관계자가 “신원 확인 명단에 A 씨 이름이 없다”며 잘못 안내했다고 알려왔다. A 씨 유족들이 항의하자 해당 관계자는 “연락이 잘못 갔나 보다”는 답변만 내놨다. 당국이 제공한 탑승객 명단에 이름이 잘못 적힌 경우도 있었다. 사망자 임모 씨(68)의 경우 이름이 잘못 적힌 것을 가족들이 명단에서 발견하고 생년월일로 신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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