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진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활주로 너머에 있는 ‘콘크리트 둔덕’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의 여러 항공안전 전문가들도 이 둔덕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안공항은 지난해 로컬라이저 안테나 교체 공사를 했다. 로컬라이저는 여객기를 향해 전파를 쏴서 고도, 위치 파악을 돕는 역할을 한다. 무안공항의 경우 활주로 끝에서 264m 떨어진 지점에 2m 높이의 둔덕을 쌓고 그 위에 안테나를 설치했다. 이 둔덕은 흙으로 단단하게 쌓은 구조물에 콘크리트까지 더해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여객기는 동체로 활주로에 내린 뒤 시속 200㎞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다 이 둔덕에 부딪치며 폭발했다.
미국 항공 전문가인 숀 프루치니키 오하이오주립대 공과대학 교수는 CNN과 인터뷰에서 “(한국 항공 관계자들이) 한 일보다 더 무책임한 일은 생각할 수 없다”며 “그들은 그 설계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망한 데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프루치니키 교수는 이번 사고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에 대한 미 의회의 올 4월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선 인물이다. 그는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추락 사고는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 비영리단체 항공안전재단 하산 샤히디 회장도 워싱턴포스트(WP)에 “이것은 매우 복잡한 사고다. 조사관들이 파악해야 할 많은 요소가 결부돼 있다”고 밝혔다. 샤히디 회장은 “(공항 내) 구조물 배치는 국제 표준에 따라 결정된다. 조사관들은 구조물이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알고 싶어 할 것”이라며 “활주로 근처의 물체들은 (항공기와) 충돌 시 부서지기 쉬운 물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항공전문매체 플라이트 인터내셔널 매거진의 데이비드 리어마운트 편집자도 BBC방송에 “장애물이 없었다면 탑승자 대부분이, 아마도 전부가 생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기가 랜딩기어(바퀴)와 플랩(고양력장치)이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최선의 수준으로 착지가 이뤄졌고, 동체착륙 뒤 활주로를 미끄러지는 동안에도 동체에 심각한 손상도 입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사망자가 나온 원인은 착륙 자체가 아니고, 활주로 끝단 바로 너머에 있는 매우 단단한 장애물과 동체가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조종사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그런 콘크리트 구조물은 흔치 않다. 보통 활주로가 끝나는 곳에 벽을 세우진 않는다”고 밝혔다. 48년 경력의 조종사로 사고기와 동일 기종인 보잉 737-800을 운항한 경험이 있는 크리스 킹우드도 BBC에 “활주로에서 일정 거리와 범위 내에 있는 장애물은 부서지기 쉬워야 한다. 항공기와 충돌하면 부서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딱딱한 소재로 만든 게 이상하다. 확실히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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