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게 사투 벌였을 동생아 행복하길”…기장 형이 쓴 ‘손편지’

  • 뉴스1
  • 입력 2024년 12월 31일 14시 48분


[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 근처 철조망에 추모글 이어져
희생자 넋 위로 물건·음식들도 놓여져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유가족이 쓴 편지가 놓여 있다. 뉴스1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유가족이 쓴 편지가 놓여 있다. 뉴스1
“외롭게 사투 벌였을 것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고마웠고 그리고 미안하다.”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가 되는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현장 인근 철조망에는 사고 여객기를 몰았던 기장의 형이 쓴 자필 편지가 김밥, 핫팩과 함께 놓여 있었다.

해당 편지에는 “우리 왔다.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너는 이미 너무나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이젠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음 좋겠다. 고마웠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적혔다.

동생을 잃은 형의 비통함이 담긴 글에 추모객들은 한참이나 발길을 떼지 못하고 쪽지를 바라봤다.

철조망 곳곳에는 국화꽃을 비롯해 핫팩, 술, 음료, 빵과 김밥 등 떠나간 이들의 넋을 위로하려는 물건들이 놓여있었다.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듯 휴대전화로 사진을 남겨두는 추모객들도 있었다.

한 시민은 사고 여객기를 몰았던 기장과 부기장을 향해 애도의 마음을 담은 쪽지를 두고 갔다.

해당 쪽지에는 “살리고자 최선을 다했을 기장님. 부기장님 그리고 승무원들. 정말 감사합니다”며 “모두 좋은 곳 가셔서 편하게 영면하시길 바랍니다”고 적혀있었다.

31일 오후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현장 인근인 무안국제공항 철조망에 추모쪽지가 붙어 있다. 뉴스1
31일 오후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현장 인근인 무안국제공항 철조망에 추모쪽지가 붙어 있다. 뉴스1


현장에는 무안군민부터 대구시민까지 전국 각지로부터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남악 주민 60대 박 모 씨는 손으로 사고가 난 여객기의 동선을 그리며 하염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코를 찌르는 기름냄새가 사고 현장의 참혹함을 보여주는듯 하다”며 가져온 술을 잔디에 뿌렸다.

2007년 무안공항이 지어졌을 당시 공항경찰로 2년간 일했다는 한 무안군민은 철조망 너머의 비행기 시트 등 잔해물들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철조망 너머 불에 검게 그을린 비행기 인근은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앞서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 2216편은 무안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넘어서 방위각 시설과 충돌하며 폭발했다.

해당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타고 있었다. 사망자는 179명·생존자는 2명으로 최종 확인됐다.

(무안=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